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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해체

입력
2021.10.04 04:30
수정
2021.10.05 13:13
21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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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슈는 그의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익숙한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된다고 설파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고, 그중에서도 교육의 변화는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혼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프랑스가 서책 대신 개인용 패드를 보급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2025년까지 서책 교과서를 대신해서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작년부터 원격수업을 시작했고, 올해는 양방향 화상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격수업이나 디지털교육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그것은 갑작스럽게 시작한 초기단계의 한계였고, 화상수업에서는 이미 교실과 비슷한 화면구성 속에 서로 둘러보면서 소통하며 질문하고 피드백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과정이 데이터로 축적되면 학생 개개인의 학습과정과 학습성취도를 분석해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은 2019년 브루킹스연구소가 예측한 대로 개인별 최적 학습경로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데이터는 증거기반 정책으로의 이행을 촉진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입시정책이나 교육정책의 결정이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과학화 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미래교육은 탈중앙화와 자발적 배움에 기반한다. 교육이 '누군가를 가르치고 감독하도록 하는 활동'이라면 이제 교육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가르치는 것은 줄이고 배움은 늘린다(Less teaching, More learning)"로 상징되는 것처럼 학생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의 길을 걸어가며, 교사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배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며, 격려해주는 인생의 멘토가 될 것이다. 자발적 배움의 길은 학제와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만큼 배우되 평생을 통해 축적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탓이 아니라 코로나 덕에 낡은 교육과 작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여전히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법만을 고수하며 잡은 물고기 수대로 줄 세우기 하면서 다수의 학생들을 좌절로 몰아넣는 교육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자발적인 배움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고 함께 협력하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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