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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66%가 앓는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청력 잃어

입력
2021.09.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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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난청이 심하다면 ‘인공 와우 이식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인성 난청이 심하다면 ‘인공 와우 이식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가족 모임에서 친지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 60대 남성 A씨는 언젠가부터 다른 자리에서도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괜히 자신감도 떨어지고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돼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

난청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지속되면 소외감과 우울감을 초래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평가조사에 따르면 70대의 66%가 양쪽 귀에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으며, 이 중 26%는 보청기와 인공 와우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 난청이다. 난청 환자의 대부분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의한 고막, 달팽이관 등 청각 기관의 퇴행과 함께 일상생활 소음이나 직업 소음과 같은 환경적 요인, 난청의 유전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젊을 때 군대에서나 음향기기 소음에 많이 노출되거나, 흡연과 과음, 이(耳)독성이 있는 약물 복용, 당뇨병 등에 의한 합병증, 이 밖에 유전적 소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노인성 난청은 기본적으로 말초 청각기관(달팽이관)의 기능 저하에 의한 청력 손실로 노화에 의한 자연적 현상이기에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청을 노화로 인한 자연적 현상이라고 해서 단순히 나이 탓이라 생각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난청은 우울증ㆍ치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 난청 환자는 정상 청력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으로 진단 받을 위험도가 1.37배 높았다.

난청이 심한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도 난청(25~40 dB)일 때에는 치매 발생률이 평균 1.89배, 중등도 난청(40~70 dB)인 경우 3배, 고도 난청(70 dB)인 경우 4.94배 높았다.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가 어두워지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힘들어져 위축되고 혼자 외로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노인성 난청은 치매와도 관련이 깊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오랫동안 명확한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뇌로 전달되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어 인지력과 기억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노년기에 정상적으로 생활하려면 난청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난청은 정도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다. 우선 경도 난청이나 중등도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착용한다.

최정환 교수는 “보청기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를 개선해 노년기 생활에 활력을 준다”며 “다만 자기 귀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은 후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고도 난청(양쪽 귀 청력이 70dB 이상)으로 진행된 상태라면 보청기로는 청력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인공 와우(蝸牛ㆍ달팽이관) 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 와우 이식술은 귓속에 전극을 이식해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청력은 이미 40대 초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50~60대가 돼서야 잘 들리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정환 교수는 “특히 나이가 젊은데도 대화에 어려움이 느껴지거나 가족들에게 TV 소리가 유독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난청을 의심하고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평소 이어폰 음량을 크게 하거나 장시간 노래를 듣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어폰은 ‘최대 볼륨의 60% 미만, 하루 사용 시간 60분 미만’을 지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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