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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대중 강경 등 아베 노선 유지… 한일관계 큰 개선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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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외무장관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29일 일본 자민당의 새 총재로 당선됐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관행에 따라 다음 달 4일 임시국회에서 100대 총리에 취임한다. 기시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에서 핵심 요직으로 함께하며 보수적인 ‘아베 노선’을 충실히 따라왔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강한 호소다파 등의 지지를 받은 그는 향후 자위대 명기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아베 정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총리 재임 중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은 이날 오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27대 총재 선거를 실시하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총재로 선출했다. 당원·당우 표에서 우세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회의원 표에서 다수 얻은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한 표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실시된 결선투표에선 257표를 획득, 170표의 고노 장관을 87표차로 크게 앞섰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결선투표에서 큰 차이로 승리한 것은 호소다파와 다케시타파 등 1차투표에서 소속 의원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던 파벌들이 결선투표에선 한쪽에 투표하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전날 밤 기시다 진영과 다카이치 진영의 간부가 만나 결선투표에서 공동 투쟁하기로 합의하는 등 ‘2·3위 연합’의 효과도 컸다. 하지만 선거 후 당내 인사를 겨냥한 파벌 간 이해득실에 따라, 국민적 인기를 얻은 후보가 아닌 인물을 총리로 세우는 구도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자민당 지지율이 급락하며 총선(중의원 선거)을 앞두고 ‘선거의 얼굴’이 되도록 여론 지지가 높은 인물을 총재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하지만 9월 한 달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0분의 1로 급감하고 총재선거가 연일 미디어에 보도되자 자민당 지지율은 급반등했고 총선 패배의 불안감도 덜해졌다. 이에 자민당 의원들이 당내 기반이 약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고노 장관을 택하는 ‘반란’ 대신 파벌의 뜻을 따라 안정감 있는 기시다 측에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내 국회의원 지지와 달리 국민 지지는 높지 않은 기시다 신임 총재에겐, 향후 총선 승리의 책임이 더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시다 신임 총재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우리는 이제부터 중의원 총선거, 그리고 참의원 선거에 임해야 한다”며 “새롭게 태어난 자민당을 확실히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시대'는 아베 2차 내각과 스가 요시히데 내각까지 이어진 정책 기조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당내 파벌 ‘고치카이(宏池?)’ 회장이지만 아베 2차 내각에서 4년 8개월간 최장수 외무장관을 지내며 아베 전 총리의 강경보수노선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이 본격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개헌은 “임기 내 4항목 개헌 완료”를 공약한 만큼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동맹에 중점을 두고, 중국에 강경한 외교·안보 정책 기조도 유지될 전망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국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등 중요 물자 확보 및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담당 각료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신장 위구르 지역 강제노역 의혹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인권 침해 문제를 전담할 총리 보좌관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 선박에 의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영해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기시다 신임 총재는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외무장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추진한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합의 전날까지도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기술에 최종 승인을 주저하던 아베 전 총리를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재선거 기간 기자회견 때 그는 “공은 한국에 있다”며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들게 밀어붙였는데 한국에서 재단을 해체했다며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당시부터 4년 8개월간 외교사령탑을 지낸 만큼, 스가 총리에 비해서는 국제 무대에서 능숙한 행보에 나설 것이란 반응이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담 등 다자 무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시다 총리’는 다자 회담에서 자연스런 정상 간 만남까지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문제에 대해선 ‘한국 측에 공이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어 진전이 없는 한 한일 양국을 오가는 정상회담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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