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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이들을 위해… 우유니 소금사막 2박 3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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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막힌 해외 출구, 버킷리스트가 산처럼 쌓여가는 요즘이 기회다. 덧없는 그리움만 쌓아가는 대신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파고들어 간접 여행을 할 기회. 그래서 준비했다. 알면 더 기대되고, 기대할수록 그 이상의 감동을 줄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사막 그 너머로 훨훨 나는 2박 3일 여행기다.
소금사막 언저리를 돌다가 사막에서 숙박하는 일정이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출발하는 팀도 있고, 칠레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여행객도 있다. 우유니에서 출발한다면 소금사막을 배회하다가 거침없이 남하한다. 칠레 국경과 맞닿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보호구역(Reserva Nacional de Fauna Andina Eduardo Avaroa)을 훑고 다시 돌아오거나 그대로 칠레로 넘어가기도 한다. 운전사의 재량에 따라 스케줄이 바뀌지만 행선지는 거기서 거기다. 낡아도 힘 좋은 지프를 타고, 3일간의 생사고락을 전 세계 방랑자들과 함께하게 된다.
고산병 증후인지, 드디어 당도했다는 떨림 때문인지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볼리비아 우유니에 섰다. 해발 3,656m다. 동네에는 앞을 봐도 여행사, 뒤를 봐도 여행사, 시야를 저 멀리 향해도 여행사다. 여행사를 잘 고르는 비법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각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기 마련인데, 나는 당시 장기 여행자로서 돈 한 푼이 몹시 아쉬웠다. 투어의 질을 따지기보다 이동 수단에 주안점을 두고 저가 여행사를 물색했다. 중저가 투어인 경우 지프 한 대당 8인 정원, 운전사 한 명이 붙는다. 운전사도, 동반자도 복불복이다. 운에 맡겨야 한다.
(6명이라 들었으나) 출발 당일 알게 된 탑승 인원은 운전사를 포함해 7명. 볼리비아를 비롯해 미국과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한국 국적의 여행객이 한 지붕 아래 합류했다. 시작부터 눈치 게임이었다. 명당인 보조석(넓다)에 누가 앉을 것인지, 요가 자세를 취해야 하는 맨 뒷좌석(좁다)에는 누가 기어들어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데려다 주기만 해, 감동은 알아서 할 테니’라는 애초의 호기가 결국 후유증을 낳았다. 이 허허벌판에서 운전사의 존재는 그 이상이어야 했다. 우리의 운전사는 보모이자 셰프이자 차량 정비사이자 가이드로 활약해야 할 그 모든 역할을 방기했다. 수다를 죄악시한 덕에 어디로 가는 건지, 지금 이곳은 어디인지 오리무중이었다. 스스로 학습했다. ‘묻지마 관광’ 같았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투어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고민된다. 입맛대로 골라잡으라는 식이다. 당일 여행(데이 투어)은 일출 혹은 일몰에 집중하거나 약 9시간 정도 소금사막 언저리를 둘러보는 형태 중에서 선택한다.
우유니에서 출발하는 사막 숙박 투어는 대체로 2박 3일이 대중적이다. 첫날은 여행사가 정한 기차 무덤(Cementerio de Trenes), 콜차니(Colchani) 마을, 이슬라 잉카와시(Isla Incahuasi) 등의 행선지로 매듭짓는다.
둘째와 셋째 날은 본격적인 소금사막 일정이다. 카냐파(Canapa), 콜로라다(Colorada), 베르데(Verde) 등으로 이어지는 호수 패키지와 풍화 작품인 돌나무(Arbol de piedra), 바위 계곡(Rock Valley) 등이 균형감 있게 절찬 상영된다. 암흑 속에서 활화산의 수증기를 덤덤히 감상하다가 해발 4,406m의 폴케스 노천온천(Aguas Termales de Polques)에 몸을 녹인 뒤 우유니로 복귀한다.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배율, 몸은 고되나 마음은 웃는다.
이슬라 잉카와시 : 1만2,000㎢ 면적에 달하는 소금사막의 심장이자 유일한 전망대다. 선인장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바다였던 소금사막의 태생을 상상해 본다. 우기(12월~3월)에 물이 차면 접근이 불가한 한정판 행선지이기도 하다.
라구나카냐파 : 폐가 짜릿해지는 충격의 호수. 일상이 시답잖다 여길 때 꺼내 보면 좋을 호수다. 울긋불긋하게 마블링된 암벽 능선 아래로 서슬 퍼런 호수의 광활함,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야생 플라밍고(홍학)를 만나는 기쁨이 있다. 코앞에서 생생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라구나콜로라다 : 라구나카냐파가 산과 호수의 강렬한 대비로 인상이 깊다면, 이곳에선 산이 녹아내려 호수를 붉게 물들인 듯한 마법을 경험한다.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보호구역에 속한 해발 4,278m의 소금 호수다.
폴케스 노천온천 : 강추위에 씻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여행자의 야외 목욕탕(!). 이를 딱딱 부딪치며 약 30도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그 맞은편은 더 흥미롭다. 야마의 놀이터다. 새벽녘 안개 사이로 야마가 걷는다. 신기루인가.
여행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여느 투어와 마찬가지로 점심과 저녁 식사는 주는 대로 그 시각에 챙겨 먹어야 산다. 점심은 대부분 지붕 없는 곳에서, 저녁은 묵을 숙소의 지붕 아래서 준비된다. 점심은 생각보다 일렀고, 저녁은 늘 늦었다. 배가 고파 철근이라도 씹을 듯할 때 밥이 나온다.
첫날 점심은 소금사막의 노상이었다. 운전사는 돌 받침대 위에 그와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보를 깔고 짐칸 어딘가에서 주섬주섬 꺼내 뷔페 상을 창조(!)해 냈다. 메인 메뉴는 출레따(Chuleta·돼지갈비구이)와 구운 감자, 퀴노아(Quinoa·쌀보다 조금 작은 곡물)를 섞은 밥, 샐러드까지 동반한 슈퍼푸드였다. 이튿날은 구운 닭 요리와 파스타, 브로콜리 등으로 차별화를 두었다. 점심만큼은 환상적이었다. 양도 많고 맛도 좋고, 그 무엇보다 숨 막히는 전망이 늘 만점이었다.
저녁엔 척박한 땅에 자리 잡은 숙소가 곧 식당이다. 첫날 밤은 개인실, 둘째 날 밤은 단층 침대끼리 붙은 민망한 다인실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콘센트 차지하기 전투를 치러야 했다. 점심에 비해 저녁 식사는 애로가 많았다. 맛은 둘째 치고 6인용 테이블에 제공된 음식 양이 턱없이 부족해 여행자 사이에 또 한 번 눈치작전을 펼쳤다. 달리 말하면 다이어트하기 좋은 식단이다. 잠자리는 불편했지만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 강행군으로 모두들 숙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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