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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적나라한 이권 카르텔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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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 된 대통령 선거 국면의 정치판을 이해하려면 ‘면도날 이론’이라도 등장해야 할 것 같다. 면도날 이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것으로, ‘사고 절약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가 핵심이다. 가설을 상당 부분 정리해야 복잡한 의혹에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각종 의혹 사건에 등장인물도 많고 숟가락 얹는 정치인,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평론가들까지 가세한다. 공수처 검찰 경찰까지 개입하면서 사건이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혼란스럽다. 온 정치판이 사분오열로 싸움이 붙어 있는 형국이다. 각 당도 자중지란이다. '사색당파'가 창궐해 곳간에 쥐 떼가 달려드는 것도 모르는 분위기다.
하긴 대통령 선거 때마다 그랬던 것 같기는 하다. 혼란한 정국을 관리해야 할 대통령은 사건에 끼어들 처지도 아니다. 고작 북한 카드나 만지작거리다 망신만 당한다. 지금 누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활고를 챙기는지 궁금하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사건의 전개 방식에 BBK와 김대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공약 경쟁 대신 의혹 제기가 중심인 선거판으로 전락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과거 사례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또다시 부동산이 문제다. ‘노다지’ 대장동을 놓고 하이에나가 떼거리로 붙은 것이다. 부동산 개발을 매개로 정치인 법조인 전직 언론인 등의 막강한 이권 카르텔, ‘기득권자의 특권 동맹’의 진수가 나타났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인사들은 아빠 찬스까지 등장시켜 자식에게 수십억 원을 물려준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 부담이 커지고 원주민에게 돌아갈 이득은 줄어들었다.
부동산 개발은 늘 복마전이다. 각종 인허가와 토지 수용, 건설업체 입찰 등이 복잡하게 얽히는 사이, 누군가는 감방으로 가고 누군가는 한몫을 챙기는 구조다. 화약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했다. 건설업, 시행업자들은 그래서 교도소 담장을 걸어 다닌다. 자칫하면 교도소 쪽으로 자빠지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아파트는 분양만 잘되면 노다지다. 친분이 있는 소규모 시행업자 얘기로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분양에 성공하면 수백억 원을 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가 가장 좋았다는 업자들도 있다. 당시 한 채를 분양하면 1억 원씩 남았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인 지금은 그보다 더할 것이다.
대장지구의 경우 전체 분양 규모가 5,000가구를 넘어가니 물가 상승률을 참작해 어림잡아도 가구당 2억 원씩, 1조 원 이상이 남았을 것이다. 이 돈이 화천대유 등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에 추가로 얹혔을 것이고, 그만큼의 거품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는 고스란히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
특이한 것은 유명 법조인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범법과 적법 사이 어느 지점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전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각 당과 소속 대선주자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누가 대형 지뢰를 밟게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각종 폭로가 이어지고 수사기관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했다. 수사 주체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코끼리가 일단 음흉한 발톱을 드러낸 이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몸통까지 그려질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발톱만으로도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권 카르텔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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