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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대박' 남욱... 부동산 개발 현장마다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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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가 거액을 벌어들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땅은 개발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4년 '한국형 베벌리힐스' 같은 고급 주거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가 무산된 뒤, 민간→ 공영→ 민간으로 수차례 개발 방식이 바뀌었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절충안으로 민관합동 개발을 선택했다. 1조 원에 달하는 토지 매입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성남시의 재정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남욱(48) 변호사는 대장동의 17년 개발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빈번히 등장하면서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민관합동 개발을 통해 1,000억 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거머쥔 그는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의 비밀을 간직한 '키맨'으로 꼽힌다.
28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천고와 서강대를 졸업한 남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008년에 국민의힘(옛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가, 이듬해부터 대장동 사업에 뛰어들었다. 법조인이 되자마자 부동산사업에 관심을 둔 것을 보면, 변호사 업무 자체에는 뜻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일대는 2009년 만해도 민간개발이 예상되던 시기였다. 남 변호사는 '씨세븐'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체 소속으로 일하며 원주민 땅을 차례로 사들이는 역할을 했다. 당시 씨세븐 대표 이모씨는 씨세븐 외에도 2개의 부동산 개발업체를 설립해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1,800여억 원을 빌려 인근 토지, 빌라의 매매계약 대금으로 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시스템에 따르면 2009년 대장동에서 실거래 신고된 계약은 862건으로 3.3㎡당 평균 단가는 569만 원이었다.
한국일보가 대장동 일대를 취재한 결과 원주민들은 "남 변호사가 2009년 11월과 12월 집중적으로 원주민들을 만나며 지주 작업에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대장동 개발지구 내 토지 등기부등본 100여 개를 확인해 본 결과 대다수의 등기부에서 2019년 11월과 12월 사이 씨세븐이 해당 토지들을 담보로 대출 받은 기록이 확인됐다. 아울러 본보가 토지거래 전문 스타트업과 함께 분석한 결과 862건 가운데 무려 366건이 그해 12월 10일 하루에 모두 거래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월과 12월에 매수 계약서를 쓴 씨세븐 등이 이날 한꺼번에 신고한 정황이다. 이날 하루 신고된 토지 거래금액만 5,610억 원에 달했다. 면적은 93만㎡로 민관합동 개발이 진행된 현재의 대장동 일대(90만㎡) 면적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재명 지사가 민간개발 대신 계속 공영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땅 매입을 위해 대출받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까지 터지며 곤경에 빠진 이모씨는 사업에서 손을 뗐다. 남 변호사는 2011년 씨세븐 대표이사에 올라 회사를 이어받는 형태로 민간개발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 지사가 민관 합동개발을 택하며 남 변호사 사업도 벽에 막혔다. 2009년 당시 남 변호사와 직접 토지매매 계약을 했던 이모(58)씨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남 변호사는 땅을 매수해 준다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실패해 거품만 만들어 놓은 사람으로 통한다"고 혀를 찼다. 설상가상 남 변호사는 2009년 대장동 사업이 공영개발에서 민간개발로 바뀌도록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2015년 구속 기소됐다.
민간개발로 실패를 맛 본 남 변호사는 2015년부터 진행된 대장동 민관합동 사업에 참여해 소위 '대박'을 친다. 그는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보통주 1.74%(출자금 8,721만 원·천화동인 4호)를 투자해 1,007억 원을 배당 수익으로 거둬들였다. 이재명 지사가 민영개발을 취소해 쪽박을 찼던 남 변호사는 민관합동 개발로 부활한 셈이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 앞서 2013년 성남시 주도 민관합동 개발로 진행된 위례신도시 아파트 사업에선 MBC 기자였던 아내 정모씨 명의로 참여했다. 정씨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자산관리회사인 '위례자산관리'와 관계사인 '위례투자 2호'의 이사로 등재됐다. 위례 사업의 민간 사업자 수익금 150억 원 가운데 정씨 몫이 얼마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장동 사례로 추정해보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는 최근까지도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댔다. 남 변호사 소유의 '천화동인 4호'에서 지난 6월 이름만 바꾼 'NSJ홀딩스'는 최근 안양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1조 원 규모 '박달 스마트밸리' 조성 사업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NSJ'는 남 변호사 아내인 정씨의 영어 이니셜을 거꾸로 작명한 것이다. 안양도시공사는 그러나 최근 불거진 대장동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16일 갑자기 "민간사업자 공모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건물'을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 변호사가 올 초 설립한 부동산개발업체 'NSJPM'은 지난 4월 역삼동 건물과 토지를 300억 원에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에서 실패한 남 변호사가 위례신도시 사업을 거쳐 대장동에서 제대로 '한 건' 했다"며 "안양에서도 '대장동 버전'을 가동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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