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와 근감소증 피하려면…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여야

입력
2021.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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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76세 여성 김골골씨는 요즘 따라 기운이 없고 잠도 잘 안 오는 데다 식욕마저 떨어졌다. 밤에 잘 자지 못하는 탓에 낮에는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로 누워 TV만 보고 있고, 코로나로 바깥활동이 줄어들면서 운동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1년 사이 체중이 4kg이나 빠지자 김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노쇠는 근육량 줄어 신체 기능 떨어지는 근감소증이 핵심 원인

큰 병이 없는데도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기운이 없어지고, 식욕저하와 체중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노쇠(frailty)’와 ‘근감소증(sarcopenia)’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노쇠란 여러 신체기관이 노화로 인해 체중과 근력이 감소하고, 걷거나 외출하기, 식사준비 등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힘든 상태를 말합니다. 노쇠가 일어나는 핵심 원인 중 한 가지가 바로 근감소증인데, 근감소증이란 근육량의 감소와 함께 근력과 근기능 등의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입니다.

70대가 되면 근육의 노화, 운동량의 감소, 단백질 섭취의 감소, 단백질 대사의 변화로 인해 30~40대에 비해 근육량이 30% 가까이 줄어들게 되는데, 근육이 없어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서 체중은 유지되기 때문에 근육이 줄어들는 것을 모르기 쉽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한국인은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노쇠이고, 10~28%는 근감소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종 질병에도 취약해져…규칙적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중요

노쇠나 근감소증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육 감소 등 노쇠의 조짐이 나타나는 전(前)노쇠 단계에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노쇠 단계에서 적절한 식이와 운동으로 관리만 잘 해준다면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분들이 늙으면 당연히 기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노쇠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노쇠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가 오고, 다른 질병에도 취약해져 사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노쇠나 근감소증을 늦추거나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노쇠를 예방 또는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지 근력을 키우는 근력 운동과 유연성, 균형 운동을 시행하고, 단백질이 포함된 영양이 고른 식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르신들은 보통 밥과 국에 김치만 먹어도 식사를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육을 만드는 주재료인 단백질 음식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노인은 근육 감소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기를 섭취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노인은 일반 식사만으로는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어렵습니다.

권장되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0~1.2g으로, 영양불량 상태이거나 급성 만성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1.2~1.5g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합니다.

보통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ㆍ돼지고기ㆍ닭고기의 경우 20~25g, 계란 흰자와 두부는 10g, 우유는 3g 정도입니다. 몸무게 60kg의 성인이면 하루 60~7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 필요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고기 200g(단백질 50g), 계란 1개(단백질 5g), 두부(단백질 5g), 우유 200ml(단백질 6g)를 매일 섭취해야 합니다.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이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 함량이 높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 생성에 효과적이며, 식사 때마다 최소 요구량 이상의 단백질 섭취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운동은 노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수칙이다.

적절한 운동은 노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수칙이다.


노화에 의한 근육량·수면 감소→운동량 저하 ‘악순환 반복’

60세부터는 열 명 중 한 명, 80세 이상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불면증의 유병률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노화에 의해 뇌의 송과선(뇌 속 시상하부에 위치하고 있는 내분비기관)에서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60대가 되면 20대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인이 되면 수면시간 감소와 함께 미세각성과 수면단계의 변화가 더 많아지게 돼 수면의 효율이 감소합니다. 이렇게 달라진 수면-각성 양상은 결국 낮잠이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위상의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에도 적절한 각성이 이루어지지 못해 움직이기가 귀찮고, 움직임 저하로 인해 적절한 식사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이처럼 불면으로 인해 삶에서 크게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적절한 진단과 처방으로 불면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불면증이 잘 관리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낮 시간에 적절한 각성과 균형 잡힌 식사, 운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시간 확보와 수면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생활에 불편하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산소·근력·유연성·균형 운동…나이들면 모두 관심 가져야

잘 자고, 잘 먹으면서 적절한 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 수칙입니다.

운동으로는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저항성 운동,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혀주는 유연성 운동, 몸의 밸런스를 잡는 균형 운동을 모두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자전거 타기와 수영, 걷기 등이 있고, 근력 운동으로는 아령이나 탄력밴드를 통한 부하 운동이 있습니다. 저항이 느껴지거나 약간 불편할 정도까지 신체를 이완시켜 관절의 운동 범위를 증가시키는 유연성 운동과 일자로 걷기, 의자 잡고 한 발로 서기 등과 같은 균형 운동 또한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라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근감소증은 당연한 노화현상이 아니라 대비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노쇠의 개념 역시 건강한 노화와는 구분되는 신체기능 저하 현상으로, 노쇠를 예방하고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통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근력운동을 비롯한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근육의 질을 개선시켜 보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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