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치매에 걸린다

입력
2021.09.28 20:0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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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뚱이가 치매에 걸린 것 같아요." 열세 살 고양이 뚱이는 최근 들어 밤만 되면 운다. 처음에는 한두 번 울다 마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증상이 심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치매가 의심된다며 보호자는 울먹였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치매가 있다. 인지장애증후군(CDS: Cognitive Disorder Syndrome)이라 부른다. 인지장애 증후군은 만성으로 진행되는 질병으로,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발병 기전이 유사하다. 신경손실과 신경축삭의 퇴행이 특징이다. 방향감각을 잃고 배회하거나 집 안에서 길을 잃고 멍하게 서 있기도 한다. 낮과 밤이 바뀐 듯한 모습,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 뚱이처럼 심하게 울거나 이유 없이 짖는 모습도 보인다. 또 배변 실수가 잦아질 수도 있다. 집을 더럽히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뚱이 보호자가 걱정할 만하다.

실제로 많은 행동의 변화들은 원발이 되는 의학적인 원인이 있다. 내분비 질환은 행동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배뇨 실수가 생기고 우는 행동이 증가하고, 불안, 공격성, 무기력함을 보이는 증상 등이 포함된다. 관절염이나 다른 이유로 통증이 있다면 편히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불안하고 화를 내거나 공격적일 수 있다. 청력이나 시력의 감소로 유사한 행동의 변화가 보이거나 비뇨기계 문제로 배변 실수가 늘어날 수 있다. 또, 신체적 원인이 아닌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심리적 원인이 증상을 유발한다. 이런 원인들에 의하면 치료나 관리가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행동의 변화도 따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변화들이 노화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져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증상'이라고만 생각하고, 방법을 찾는 대신 무력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완치보다는 증상 호전을 목표로 방법을 찾아보자. 종종 영양소의 보충이나 식이요법의 도움을 받거나 약물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인지장애 치료 역시 치료약과 영양제 등으로 유용한 치료를 받아 증상을 개선하는 게 가능해졌다. 고양이 뚱이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과도한 발성을 보이는 증상이 호전되었다. 치매라고만 생각했으면 서로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평소 체중 변화나 식욕, 배변상태, 피부, 털의 상태 등을 수시로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조금 더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아픈 증상을 보여서 병원에 달려가는 것보다는 아프지 않을 때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또는 질병의 조기발견으로 치료를 빨리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나이가 들면서 완치보다는 관리를 하게 되는 질병이 많아졌다. 조기에 발견해서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의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요즘 80세도 60대처럼 사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 강아지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열두 살이 일곱 살처럼 살 수 있다. 80세지만 60세처럼 기운차게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는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건강해 정신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부분에서 건강할 뿐 아니라 스스로 관리하는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스스로 돌볼 수 없다. 도와줄 우리가 필요하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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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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