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얽힌 특권·비리 정치적 용납 안돼
‘어물쩍’ 구태는 보수 재건에 독약일 뿐
사퇴로 ‘공정’ 세우는 사회적 모범 되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무면허 운전 중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해 최근 입건된 아들(21) 문제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어떠한 영향력도 결코 행사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들 문제가 불거지자 대선캠프 상황실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장 의원의 사의를 반려했다. “성인인 아들의 개인적 일탈 문제로 캠프직을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곽상도 의원도 같은 날 아들 문제와 관련해 재빨리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곽 의원 아들(31)은 경기 성남 대장동 택지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휘말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6년간 말단직원으로 일한 후 받은 퇴직금이 50억 원에 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곽 의원 본인 차원의 비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아들을 화천대유에 취업시킨 곽 의원은 “아들이 퇴직금인가 성과급을 받았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정확한 것(액수)은 모른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성인이 된 아들 문제를 두고 그 아버지를 탓할 순 없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란 말을 나쁘게 쓸 때가 있지만, 그건 아비와 아들의 못된 양태가 비슷할 때 싸잡아 욕하는 표현이니, 이번처럼 어엿한 국회의원 아버지와 아들들을 두고 쓸 말은 아닐 것이다. 사실 각자의 아들 문제에 대한 장 의원이나 곽 의원의 해명과 입장에도 은연 중 자신들은 아들 문제와 무관하며, 따라서 책임을 질 일도 별로 없지 않느냐는 변명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향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른 장 의원 국회의원직 박탈 청원은 나흘 만인 27일 오전 동의자가 이미 12만 명을 넘어섰다.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 유임 여부를 넘어 국회의원직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반감이 거세게 일고 있는 셈이다. 탈당과 잇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50억 원에 달하는 곽 의원 아들 퇴직금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더 거세다. 인터넷상엔 야유 댓글이 넘치고, 급기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아예 곽 의원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격렬한 민심은 두 정치인의 해명과 입장이 국민으로선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아들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청년들은 경찰이 아들을 불구속 수사한 것 자체를 이미 특권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 곽 의원도 화천대유가 엄청난 수익을 거둔 데다, 아들이 산재를 겪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는 설명을 둘러대고 있다. 하지만 월급 300만 원 정도 말단직원의 6년 근무 퇴직금이 50억 원에 이른 건 곽 의원의 비리 개입 방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인들이 체감하는지는 모르지만, 불공정과 특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식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엄정해졌다. 게다가 집값 앙등과 일자리 고갈, LH 사태 같은 만연한 공공비리 등에 따른 청년층의 좌절과 분노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폭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일을 어물쩍 넘기려는 건 바보짓이다.
장 의원과 곽 의원은 여당 공격수와 저격병으로 나름의 ‘전투력’을 평가받은 정치인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들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기에 충분한 해명과 처신에 자신이 없다면, 서둘러 윤희숙 전 의원처럼 깨끗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보수 재건을 돕고, 그나마 정치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더 굳건한 공정가치의 기준을 세우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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