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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내뿜고 이익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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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사느냐는 권력의 척도가 됐다. 소각로·공장·매립장이 들어서며 병에 걸리고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들. 암으로 수십 명이 사망한 곳도 있다. 그런데, 목숨에도 등급이 매겨진 걸까. 정부는, 사회는 조용하다. 서울 한복판이라면 어땠을까. 지난 10년 주민들이 '인근 시설로 환경이 오염돼 질병에 걸렸다'며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한 곳은 8곳에 이른다. 대책 없이 방치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기업들은 오염을 내뿜으며 직간접적인 이익을 챙기지만 책임은 피해간다.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해도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피할 순 없다.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발병 사건과 관련, 비료업체 금강농산에 문제의 담뱃잎 찌꺼기(연초박)를 판매한 곳은 KT&G였다. 2009~2015년 약 2,242톤을 판매했다. 연초박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1997년부터 퇴비 원료로 사용될 수 있었으니, 불법은 아니다. 태워선 안 되고, 말리거나 썩히면 된다.
KT&G는 연초박이 태우건 말리건 발암물질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의심의 정황이 있다. 2005년 사내 연구기관인 중앙연구소의 업무 중 하나로 '잎담배 중 특정성분(TSNA) 감소를 위한 재배ㆍ비료 및 건조 기술과 병해충 관리 기술 개발'을 소개했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은 발암물질이다.
2013년 국제 학술지 ‘농식품화학저널’엔 바람에 건조한 담뱃잎을 섭씨 60도에서 24시간 썩힐 경우 TSNAs 함유량이 상온에서보다 7.72배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가 실렸다. 퇴비를 만들 때(섭씨 70도) 많은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KT&G는 2009~2018년 전국 13개 업체에 연초박 5,468톤을 판매했고, 그 중 약 41.0%가 금강농산으로 흘러갔다. 금강농산에 연초박을 팔아 KT&G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6억2,700만원이었다. 연초박 판매대금(1kg 당 10원)과 폐기물 처리비용(1톤 당 26만원)을 합산한 것이다. 지난해에야 농촌진흥청은 연초박으로 퇴비를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
KT&G는 "적법하게 위탁 처리했다"며 "연초박 매각은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닌 정부의 재활용 우선 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강농산의 연초박 불법 사용으로 인한 장점마을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5대 비료업체 중 한 곳인 풍농은 편법으로 금강농산의 사업 확장을 도운 정황이 있다. 금강농산에서 만든 비료 대부분은 풍농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고, 금강농산의 대표도 풍농 출신이었다.
2009년 6월 8일, 금강농산은 익산시에 제조설비 면적을 450㎡ 확장했다는 신고서를 제출한다. 풍농과 생산공장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3일 뒤 신고를 수리했다. "금강농산이 혼합유기질비료생산공정을 풍농에 임대하고자 하며, 방지시설 등의 보강으로 악취를 많은 부분 저감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약 한 달 뒤 임대차 계약은 해지됐다. 금강농산의 비료생산능력만 2,000톤가량 증가됐다.
임형택 익산시의원은 “2009년은 금강농산에 대한 악취 민원이 계속 이어지던 시기로 증축 신고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며 “풍농이라는 좋은 회사가 환경오염 없이 비료를 생산할 것처럼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증축 허가를 받고는 바로 계약을 다시 해지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풍농 측은 한국일보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강원 동해시의 경우, 주민들을 항만의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신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다. 기업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 의사를 철회하고 있어서다.
구항은 육지를 파고들어 오는 ‘굴입식 항만’으로 건설되다 보니 주택가와 붙어 있어, 선박 하역작업에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크다. 신항은 바닷가에 건설되고 주거지와 신항 사이에 약 80.5㎢의 녹지를 형성해 주민들의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
신항은 총 7개 선석을 설치할 예정인데, 국가재정 투입이 확정된 제2ㆍ3선석을 제외한 나머지 선석 건설에는 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다.
최재석 동해시의원은 “수십 년간 분진 발생에 책임이 있던 기업들이 ‘이미 볼일 다 봤으니 돈 안 되는 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영풍ㆍDB메탈 등 매년 수십만 톤의 분진화물을 들여온 기업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초 석탄을 하역할 석탄부두(제1선석) 건설을 맡았던 GS글로벌 컨소시엄조차 포기 의사를 밝혀왔다. GS그룹 계열사인 GS전력은 2017년 동해항 인근 공단에 북평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며 동해항에서 석탄을 조달하고 있기도 하다.
GS 글로벌 컨소시엄 측은 “지역사회 주거 환경 개선 등 상생 목적으로 참여를 결정했었는데, 세계적 탈석탄 기조로 정책이 급격히 바뀌며 사업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가가 버린 주민들
<2>방치된 시스템
⑤유해물질, 운에 맡긴다?
⑥두 번 죽이는 조사 결과
⑦이주대책은 언제
⑧회한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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