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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와 FBI가 고객" 유니콘 된 정치 스타트업 피스컬노트 만든 티모시 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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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방부,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주요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재미동포 티모시 황(황태일, 29)이 2013년 정치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워싱턴 DC에서 설립한 피스컬노트다. 이 곳은 인공지능(AI)으로 전세계 법률과 정책 등을 분석해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불과 7년 만에 이 업체는 약 100개국의 법률과 정책 정보를 제공하며 각국 정부, 기업 등 5,000개 이상의 고객을 확보해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이 됐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방한한 황 대표를 서울 장충동의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미국 이민 2세대인 황 대표는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아 메릴랜드주 록빌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2008년 16세 나이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캠프에 참여했다. 이듬해 지역 의회에 학생 교육의원으로 당선돼 사회관계형서비스(SNS)로 공교육 재정 지원 활동을 했다.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정치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봤죠."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2013년 스타트업 육성업체 플러그앤플레이가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한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피스컬노트를 창업했다. "당시 정보기술(IT)이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고 정치와 IT를 결합한 사업을 구상했죠."
황 대표는 AI를 이용해 각국의 법과 제도 등이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사업을 한다. 피스컬노트에 따르면 AI를 통해 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확도가 94%다. "자체 개발한 AI가 각국 정부의 정책과 법령 발표, 판결이나 예산 및 세제 관련 언론 보도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 분석해요. 요즘은 사회 변화까지 이해하려고 중동이나 일본 시위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회 동향까지 취합해요."
구체적 자료 수집과 분석 방법은 비밀이다. "AI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어요. AI의 자료 취합과 번역 기술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AI 뿐만 아니라 정치인, 변호사, 교수, 정부 관계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분석 작업에 함께 참여한다. "의료, 식품, 법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분석 작업을 해요. 또 의회에서 일하는 정치인들과도 협업하죠. 워싱턴 DC 본사에 수십 명의 분석가들이 근무해요. 런던, 브뤼셀 등 해외 지사에도 전문 분석가들이 있어요."
이렇게 분석한 자료는 고객사가 해외에 진출하거나 규제 대응 등 현지 전략을 수립할 때 밑바탕이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규제로 활동이 위축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네슬레, 3M, 아스트라제네카, 쉐브론, 네슬레, 존슨앤존슨, 법무법인 지평 등 전세계 5,000개 기업 및 정부 기관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기업의 영향 분석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이 1 정도에요. 나머지는 정책과 산업 분석을 통한 시민단체 지원 업무입니다."
이를 위해 황 대표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 인도 등 세계 8개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에서 일하는 마케팅팀 직원 수백 명이 규모나 산업 종류에 따라 세분화한 기업 및 정부기관 수천 곳과 계약을 하죠. 이 중에는 중소기업 및 시민단체 전담팀도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자료를 수집합니다. 계약 규모는 수천 달러에서 수백 만 달러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부분이 로비스트 활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 대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로비스트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미국에서는 꽤 큰 합법적 산업이에요. 정치인에게 특정 문제를 귀뜸해 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죠. 국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지으려면 어떤 정책과 규제가 있는지 사전 조사를 하는 일도 로비스트 영역과 겹치죠."
황 대표는 자료 수집과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 정당, 기업과 함께 법이나 규제를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한국 정부도 중요 고객 중 하나에요."
그래서 황 대표는 규제가 까다로운 국가일수록 반갑다.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한국은 세계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을 제정하고 포털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지만 IT산업 규제가 온건한 나라에 속한다. “IT산업 규제 강화는 세계적 추세에요. 유럽과 중국은 공격적 소송이나 퇴출 등으로 IT 규제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어요. 불편한 미중 관계, 브렉시트와 각국 선거 등 이슈가 많아서 앞으로 10년간 더 많은 규제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날 겁니다. 이런 환경은 우리에게 유리하죠. 반면 한국은 이들에 비하면 IT규제가 온건한 편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규제가 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규제 기관과 IT기업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규제든 협업이든 기업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없애야 합니다."
황 대표는 2016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울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미 관계를 많이 생각해요. 한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력국이죠. 한국은 아주 뛰어난 IT 인재들이 많고 꽤 안정적인 규제 시스템을 갖췄어요."
피스컬노트의 고객사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존슨앤존슨,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이 한국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들에게 한국의 정책과 규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더불어 황 대표는 서울에서 한국 기업들이 관심갖는 환경, 사회적 책임 및 지배구조(ESG) 문제에 집중하며 AI 개발 및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ESG 분야에 집중해 한국 정부와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황 대표는 AI 개발을 위해 지난해 국내 AI 스타트업 데이터헌트를 25억 원에 인수했다. "데이터헌트는 AI 자료를 분류하는 데이터라벨링 회사에요. AI 분야에서 처음 투자한 곳이죠. 앞으로 건강관리, 자율주행차, 패션 분야까지 두루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계속 성장시킬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 황 대표는 서울시, 데이터헌트와 삼자간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지난 7월 체결했다. 서울시와 손잡고 국내 우수 AI 스타트업에 투자해 고용 창출 및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도 해외 우수 기업들이 서울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도록 피스컬노트의 아시아 사업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여기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들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데이터 분석, 가상화폐, 금융기술(핀테크) 등에서 한국 기업을 포함해 20개 이상 스타트업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벤처투자사(VC) 등과 접촉하며 여러 기업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앞으로 황 대표의 과제는 사업 영역과 시장을 확대해 피스컬노트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등으로부터 2억 달러 이상을 투자 받았다. "가상화폐, 농업, 원격의료, 신재생 에너지, 도박 등 미래의 규제 산업에 관심이 많아요. 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죠. 서비스 지역도 지난 3년간 미국에서 영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멕시코, 브라질, 동유럽 등으로 확장했는데 계속 늘릴 방침입니다."
ESG 플랫폼과 SNS, 인터넷 활동을 자동 분석하는 AI 플랫폼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ESG 플랫폼은 두 달 전에 인수했고 SNS 분석 플랫폼은 3개월 전에 인수했어요.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각종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플랫폼도 새로 만들 예정입니다."
미국 증시 상장은 최대한 서두를 계획이다. "나스닥 상장을 2년간 준비해 왔어요. 올해 안에 될 지 확실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황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각종 편견과 차별을 겪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도 매일 인종차별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아시아인은 미국 인구의 6,7% 미만이어서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많이 겪어요. 그만큼 아시아인이 사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어느 날 약속을 잡은 미네소타 출신의 50대 백인 남성이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저를 흘낏 쳐다보고 나가더군요. 젊은 아시아인이어서 대표일 줄 생각도 못하고 인턴인 줄 알았대요. 이것이 아시아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에요."
그는 이런 편견을 몸으로 부딪쳐 이겨냈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많은 사람들과 적극 교류하며 미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어요. 오히려 아시아인들과 교류하기에 더 쉬운 장점도 있죠."
황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해 독하게 일할 것을 주문했다. "스타트업 창업은 매우 힘든 일이에요. 성공도 쉽게 찾아오지 않아요. 피스컬노트도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적이 있어요. 주 7일 일하며 어려운 상황을 밀고 나가는 근성으로 극복했죠. 자금과 시간 등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넣었어요. 그 바람에 생활까지 바뀌었어요. 창업하려면 이런 각오가 필요해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할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피스컬노트는 계속 운영할 겁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창업가들과 의학 분야 등에서 공동 창업을 할 수도 있어요. 공직에 진출하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경제와 기술 리더십을 넓힐 수 있는 글로벌 동맹체를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에요."
황 대표의 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법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의 법령과 규제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에요. 아직까지 인류는 단일 플랫폼에 전세계 모든 법을 담지 못했어요. 우리가 해낸다면 인류에게 큰 성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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