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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저격수'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파문'에 신속 탈당

입력
2021.09.27 0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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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곽상도 의원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곽상도 의원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고리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몰아붙이고 있는 국민의힘이 대형 악재를 만났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곽 의원 아들은 "아버지 제안으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내 잘못이 뭐냐"며 잠시 버텼으나,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26일 곧바로 탈당계를 냈다. "제명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한때 ‘제명’ 거론됐지만 결국 ‘자진 탈당’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오늘 곽 의원 아들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있었고, 곽 의원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역구(대구 중ㆍ남구) 국회의원인 곽 의원의 탈당계는 대구시당에서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탈당해도 의원직은 지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곽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당내 징계인 ‘제명’까지 검토했다. '아빠 찬스'로 곽 의원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민심에 반하는 데다,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아빠 찬스'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불공정'과 '내로남불'이 결합한 초대형 악재인 셈이다.

곽 의원은 출당 결정 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제가 잘못한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강경한 기류를 파악한 뒤 '제명'보단 덜 치욕적인 자진 탈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4월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항의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4월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항의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게이트’ 역풍 빌미 차단 포석

국민의힘이 곽 의원을 곧바로 밀어낸 건 더불어민주당의 역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한 배후라고 주장해 왔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 인사의 연루 의혹을 역으로 제기하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서왔는데, 곽 의원 아들 논란이 이 지사 논리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그럼에도 곽 의원 아들 문제는 당분간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곽 의원에 대한 신속 처분을 내걸어 "민주당도 특별검사·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압박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곽 의원의 거취를 빠르게 정리한 뒤 여권 인사들의 문제까지 제대로 다루자고 더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라고 했다.

곽 의원 부자가 '50억 퇴직금 수수'의 도의적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또한 잔불로 남았다. 조국 사태 이후 '내로남불' 프레임에 시달려 온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체의 내로남불'로 몰아붙일 태세다.


'내로남불' 비판도 여전... "칼날 되돌아와"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자녀의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하는 '저격수' 역할을 자처해왔다는 점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수령 논란, 딸 다혜씨 아들의 서울대병원 특혜진료 의혹 등을 제기한 것 모두 곽 의원이었다.

그런 곽 의원이 아들의 거액 퇴직금에 대해 “회사가 실정에 따라 지급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해명을 이어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준용씨는 페이스북에서 곽 의원을 향해 “아들이 받은 돈이라 아빠는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하지 마시라”며 “자기가 던진 칼날이 되돌아오는데 아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건 비겁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유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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