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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외면한 미얀마 사태… '저항·보복' 최악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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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로 국가 기능이 마비된 미얀마가 갈수록 격화하는 무장 저항과 보복의 악순환에 신음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얀마 사태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자, 시민저항군과 군부 모두 재래식 전투를 통해 '각자도생'에 나선 탓이다.
26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27일로 예정됐었던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의 유엔 총회 발언 일정은 최종 취소됐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미얀마와 관련한 공개 논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툰 대사도 "총회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문민정부가 임명한 툰 대사의 직위는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미국이 미얀마 군부의 뒷배인 중국과 러시아를 막후에서 설득, 그의 대사 직위를 다음 자격심사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연장하는 조건으로 공개 발언 기회를 물렸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재공론화에 실패하자 반군부 현지 투쟁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즉각 태세를 전환했다. "군부와의 전면전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국제사회의 '조언'을 의식하던 NUG가 이제부터는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실제로 NUG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국민 보호를 위해 시민군과 각 지역 게릴라 세력에게 무기 및 군수물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혁명의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미얀마인들은 곧 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군부를 향한 '무장세력 통합 저항전' 선전포고가 곧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NUG는 화력 보강을 위해 정부군의 투항도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정부군 병력이 총기를 들고 시민군에 합류하면 500만짯(한화 약 300만원), 기관총 등 중화기를 지참했을 땐 1,000만짯의 포상금을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선전포고 이후 친주에서만 군경 30여 명이 무기를 들고 탈영, 반군부 무장세력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군 관계자는 "지뢰 공격으로 사가잉주 정부군을 사살하는 등 전투의 성과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중"이라며 "포상금 발표 이후 각 지역별로 매일 15~30명의 군경이 투항 방식을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면전을 예감한 군부는 반군 토벌 작전에 올인하고 있다. 이미 사가잉·마궤·친주 등 주요 저항 거점에 병력을 집중 투입, 민가는 물론 반군들의 대피소로 알려진 교회 등 종교시설까지 초토화하는 중이다. 이어 군부는 북서부 22개 지역의 인터넷망도 차단, 무장세력의 온라인 소통과 규합을 차단했다.
반군 색출을 빌미로 죄 없는 시민을 학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만달레이 정부군은 24일 옛 문민정부를 지지하던 민간인 가족을 향해 실탄을 난사, 성인 4명과 18개월 유아를 살해했다. 23일에는 바고 지역에서 활동하던 24세 민주화 활동가가 정부군 총탄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의 집계 결과, 전날까지 군부에 의해 사살된 시민은 무려 1,125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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