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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소고기 생산에도 '경제ㆍ환경'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입력
2021.09.27 2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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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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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등 반추동물은 메탄가스를 발생하기에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소고기 생산 기술을 개선하면 환경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고단백 소고기를 얻는 ‘지속 가능 축산’이 미국 등 축산 선진국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경제 발전과 환경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새로운 개념의 말이다. 생태 환경을 유지하면서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낮추지 않는 수준의 경제 발전을 뜻한다.

이전에는 환경이나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환경을 해치는 경제 발전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환경ㆍ경제ㆍ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다.

최근 미국 축산업계는 소고기 생산에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ㆍ사회적 책임ㆍ경제적 이익을 모두 고려해 소고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고기 생산에서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 결과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미국에서 동물 복지ㆍ동물 건강ㆍ동물 영양 발달에 힘입어 미국의 소 사육 두수는 1975년보다 36%나 줄었지만, 소고기 생산량은 40여 년 전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축산업이 소고기 생산성을 대폭 높인 비결은 다음 5가지다. 고품질 사료 제공, 열 스트레스 감소, 동물 유전학 개선, 생식 능력 향상, 성장 속도 증가 등이다. 이로 인해 탄소 배출량과 물ㆍ농지ㆍ옥수수 등 천연자원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재는 미국 축산업의 탄소 발자국 규모가 1970년보다 9∼16% 낮아졌다.

북미산 소고기 생산시스템은 일부 다른 국가의 소고기 생산시스템보다 탄소 발자국이 10~50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산 소고기가 세계에서 탄소 발자국이 가장 낮은 소고기 중 하나로 평가되는 것도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미국 등 축산 선진국의 생산기술 개선 비법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소고기는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자 고급 요리 재료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ㆍ닭고기 다음으로 많이 먹는 육류다. 영양적으론 고단백 식품이다.

소고기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0g 정도이고 9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살과 피를 구성하고 면역 물질과 호르몬 등의 원료가 된다. 성장기 어린이ㆍ청소년과 노인ㆍ환자에게 소고기 섭취를 권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면역력이 중시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엔 더욱 그렇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도 엄연한 지속 가능한 ‘업사이클러’(upcycler)다. 소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잔여물을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양질의 단백질로 바꿔주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가 일생 먹는 사료는 90%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 또는 식용식물의 비(非)가식 부위다. 소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목초ㆍ곡물을 섭취한 뒤 자신이 섭취한 단백질량보다 1.2배 많은 단백질을 사람에게 돌려준다. 과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지속 가능 축산 기술은 우리 축산업계도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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