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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폭력의 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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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넷플릭스에서 군대 내의 폭력사건을 다룬 드라마, D.P.(deserter pursuit)를 보기 시작하다 군 복무 중인 아들 생각에 안부 메시지를 날린 적이 있었다. 즉시 답글이 왔는데 휴일이라 개인 스마트폰으로 D.P.를 보고 있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다. 일반적으로 폭력이란 외부와 소통이 되지 않는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인권 탄압을 제어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D.P.에서 후임병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사주한 고참병사는 얼핏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에게 행한 폭력행위에 대하여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이고 지능도 보통 수준 이상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목적 달성의 도구로만 이용하며 상대방의 고통에 무감각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정신분석학자인 허비 클렉클리는 범죄행동이 반드시 사이코패스로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했다. 즉, 범죄행위를 했다고 다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는 없으며 사이코패스라고 항상 두드러진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신질환의 진단기준인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와도 좀 다른 개념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사회 일탈적인 행동이 필요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개념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성격의 특성이나 공감능력 등 다면적인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아마도 교도소 수감자의 상당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 내릴 수 있지만 사이코패스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법을 어기는 문제행동으로 쉽게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와 감별 진단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두 인격장애는 모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남을 속이거나 착취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오랫동안 관찰하고 치료하지 않는 이상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D.P.에서 자기를 괴롭히던 선임병을 폭행하고 탈영까지 했던 후임병은 집단폭력과 따돌림의 피해자이다. 한나 아렌트의 이론에 의하면 상명하복이 존재하는 군대에서 선임의 반인륜적인 지시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따르기 시작하면 누구나 쉽게 '악의 평범성'에 빠질 수 있다. 폭력의 방관자들이 사실상 가해자라는 점에서 '폭력은 그 자체로 악'인 셈이다.
끝내 부대 복귀를 거부하고 이미 제대한 민간인 신분의 고참병사를 죽이러 다시 찾아가는 모습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언제든지 가해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의 주창자인 앨버트 반두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타인들을 모방하면서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고 했다.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던 사람이 끝내 복수를 감행하는 서사극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만족시킨다는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이 주는 교훈은 폭력적인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은 학습된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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