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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케어센터 백지화가 기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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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오랜 숙원 사업을 또다시 해결하게 돼 기쁘다.”
지난 16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이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에 서울시가 세우려던 치매노인 요양시설 ‘시립 실버케어센터’ 추진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낸 보도자료다. 헬리오시티는 1만 가구가 거주하는 이 지역 최대 아파트 단지로 배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이곳(가락1동)에서 경쟁 후보보다 3,000표 이상 더 얻어 신승(득표율 50.4%)했다.
□ 복지시설인 실버센터 건립을 저지하고 “기쁘다”고 표현한 데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배 의원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환자 100명 정도를 돌보는 시설에 135억 원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이고, 대체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반박했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5년 가까이 이 사안을 논의한 만큼 헬리오시티 부근이 최적지라는 점은 분명하며 100명 안팎의 시설이 최근 추세라는 설명이다. ‘백지화’됐다는 배 의원 주장과 달리 주민들을 계속 설득하겠다는 뜻도 시는 분명히 했다.
□ 과거에는 폐기물 처리장, 소각장, 장사시설 등 환경상 우려가 있는 시설이 기피시설이었다면 최근에는 장애인 학교, 청년 주택, 요양시설 등 공공성이 강한 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주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재산권 행사에 조금이라도 제약이 된다고 판단하면 사생결단식으로 막아서는 것이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공감과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의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 더 큰 문제는 자칫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폄하,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정치인들의 발언이다. 예멘 난민들이 입국하자 “국민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난민법 폐지를 공언한 국회의원이나 북한에 우호적인 인사라는 이유로 강연 중 ‘황산테러’를 당할 뻔했지만 테러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아닌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럽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수도,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발언에는 강한 윤리적 책임이 요청된다. “기쁘다”는 표현이 ‘노인혐오’와는 무관하다는 배 의원의 해명은 무지하거나 순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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