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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이 호주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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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역대 미군 가운데 창업자급 장군에 ‘핵잠수함의 아버지’ 하이만 리코버가 있다. 왜소했지만 4성 장군을 가장 오래 지낸 리코버는 굴하지 않는 고집과 독설, 추진력을 갖춘 독불장군이었다. 제독 시절 지미 카터 장교를 2시간 면접하며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고 후벼 판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얼굴이 벌게졌던 카터 대통령은 이 말을 인생 좌우명처럼 간직했다고 회고록에서 소개했다.
□ 첫 핵잠 노틸러스호가 1954년 진수해 북극해를 누비기까지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치권과 군의 반대에 발목이 잡혔을 것이다. 장기간 심해 작전 수행이 가능한 핵잠이 미군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물론이다. 지금은 러시아 중국 영국 인도 프랑스도 핵잠을 운용 중이고 북한은 개발 선언을 한 상태다. 우리의 경우 트럼프 정부 시절 지원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 영국 호주와 3각 군사연합체 ‘오커스’를 발족하면서 호주에 문제의 핵잠 건조기술을 전수키로 해 파장이 만만치 않다.
□ 미국의 계산은 냉전 초기인 1958년 영국에 핵잠 기술을 처음 전수할 때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는 중국을 견제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을 무장시키는 양상이다. 호주는 더구나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반중 전선의 선두에 있다. 핵잠수함에 재래식 무기만 탑재할 수 없어, 종국에는 핵무기 개발도 허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이런 호주를 미국의 사냥개라고 비난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불편한 심정을 내보였다.
□ 아태지역은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동시에 무기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유권 갈등으로 국가 의지가 무력 시위로 표출되는 아시아에서 긴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파 논객 팻 부캐넌은 3차 대전이 발발한다면 중국과 아시아국들의 영유권 갈등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점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유엔 기조연설에서 ‘끊임없는 전쟁시대’의 종식과 ‘끊임없는 외교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것은 공교롭다. 혼란스러운 움직임에서 분명한 점은 660억 달러 규모의 호주 잠수함 건조 사업이 결국 프랑스에서 미국에 돌아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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