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농업, 난 농업, 된 농업

입력
2021.09.2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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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이 저활력, 저평가, 저성과로 대표되는 심각한 3저(低) 상황에 직면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농촌경제는 '저활력'에 빠졌고, 2022년 농업예산 증가율은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의 3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농업의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있다. 또한 농업의 성과가 낮게 나오는 '저성과'가 지속되면서 우리 농민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이/ 다들 도시로/ 이사를 가니까/ 촌은 쓸쓸하다/ 그러면 촌은 운다/ 촌아 울지마'

이 시는 20년 전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제자인 박초이양이 6학년 때 쓴 '쓸쓸한 촌'이다. 필자는 한국농업의 현주소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 농촌의 가슴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시를 읽었다. 그리고 농촌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저자의 허락 없이 '촌이 웃는다'라는 시를 지어보았다.

'사람들이 다들/ 농촌으로 돌아오니/ 촌은 외롭지 않다/ 그러면 촌은 행복하다/ 촌이 웃는다'

농촌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농업은 치유농업과 같은 사회적 농업, 친환경 농업, 스마트 농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소농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 즉 세계 최대의 농업이 아닌 우리만의 매력적인 농업, 아름다운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을 '큰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크다'의 의미는 첫째로 든 사람, 즉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뜻한다. 두 번째로 난 사람, 재능이 뛰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부를 얻는 사람을 말한다. 세 번째는 된 사람이다. 덕이 높아 다른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농업이 더 큰 농업이 되고자 한다면 '든 농업, 난 농업, 된 농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든 농업'을 위해서는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모이는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해서 농업인의 소득이 올라가고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농업이 되는 것이 '난 농업'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개도국에 우리의 농업 기술을 전파하여 세계의 많은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된 농업'을 만드는 것이 한국농업의 미래이자 바람이다.

이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줄탁동시(?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더 큰 한국농업은 농민들과 정부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농업계와 정부가 줄탁동시가 되어 함께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최근 그의 저서 '대통령 정약용'에서 이제 농업을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닌,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한 생명과학의 한 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70년대 중화학 입국 선언을 하며 1·2차 산업혁명에 도전했고, 80년대에는 정보산업 입국을 표방하며 3차 산업을 따라잡는 모멘텀을 잡았다면 이제는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의 가치가 중요해진 지금, 생명을 다루는 대한민국 농업이 생명과학의 발전과 모두의 노력을 통해 '든 농업, 난 농업, 된 농업'으로 이루어진 "더 큰 농업"으로 도약하길 바란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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