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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 5억 회분 추가 기부한다지만… 아직도 갈 길 먼 '공정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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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백신 무기고로 만들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정상회의’에서 화이자 백신 5억 회분을 추가 구매해 빈국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이 기부를 약속한 물량은 총 10억8,000만 회분이 됐다. ‘내년 9월까지 기부 완료’ 목표도 제시했다.
다른 나라들의 동참도 잇따랐다. 이탈리아는 당초 계획의 3배인 4,500만 회분을, 스페인은 1,500만 회분을 각각 지원키로 했다. 중국은 20억 회분, 일본은 6,000만 회분을 각각 약속했다. 한국도 내달 베트남에 100만 회분을 전달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늘어났다는 걸 보여 준다”고 평했다.
감염병의 완전한 종식은 빈국 국민들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야만 기대해 볼 수 있다. 보건 전문가들이 백신 공정 배분과 국제적 연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다. 미국을 필두로 부국들의 백신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부 약속 물량 중 15%만 전달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실제 기부도 올해 말까지의 약속(2억5,000만 회분) 중 8%만 이뤄졌다.
물량 부족 탓에 기부가 늦어지는 건 아니다. 부국들은 자국 인구의 몇 배 분량 백신을 쌓아 두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백신 75%는 10개국에 집중돼 있다. 과학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부국들이 부스터샷(3차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무려 12억 회분이 남을 것으로 분석했다. 매트 린리 에어피니티 수석연구원은 “잉여분의 5분의 1가량인 2억4,100만 개는 빨리 기증되지 않으면 조만간 유통기한이 끝나 폐기될 위험이 있다”며 “최소 두 달은 기한이 남아 있어야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만 앞서지 말고, 구체적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백신 생산 물량이 늘면서 수급 상황도 많이 안정화됐다. 현재 매달 생산량은 15억 회분, 연말까지 110억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세계제약협회는 내년 여름이면 생산량이 240억 회분으로 늘어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가 백신 부족 가능성에 대비, 재고를 비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백신 공동구매·배분 기구 ‘코백스’는 여전히 물량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아프리카의 접종 완료율은 6%에 불과하다. 기부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백신 제조사들이 코백스나 빈국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렐리아 응우옌 코백스 이사는 “매달 15억 회분이 생산되는데 왜 가난한 나라에는 안 오는가. 부국들은 이제 그만 구매 대기 줄에서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NYT도 “백신 제조사들이 이익만 추구하지 않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개발도상국·저개발국은 백신 불평등을 성토했다. “국제적 연대 실패”(페루), “백신 민족주의”(가나), 심지어 “외설”(유엔)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아이티나 콩고민주공화국은 접종률이 1%도 안 되는데, 부스터샷까지 추진하는 부국에 대한 날 선 비판이었다.
실제로 이날 미 식품의약국(FDA)은 △65세 이상 고령층 △중증환자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에 한해 부스터샷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접종 완료 8개월이 지난 모든 사람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하겠다던 바이든 행정부의 당초 목표보단 크게 축소됐다. FDA가 사실상 정부안을 거부한 셈이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은 “FDA 의사 결정은 과학과 현재 가용한 자료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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