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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군 인사 누가 암살했냐” 애꿎은 시민들 공개 고문한 미얀마 군부

입력
2021.09.23 15:00

정작 가해세력은 지하반군 조직?
'나이 불문' 무차별 보복전도 확산

지난 22일 미얀마 쿠데타 정부군이 최대 도시 양곤으로 군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미지마 뉴스 캡처

지난 22일 미얀마 쿠데타 정부군이 최대 도시 양곤으로 군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미지마 뉴스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저항세력에 대한 전방위 보복 행각을 재개했다. 지난 7일 민주진영의 '통합저항전' 선전포고에 발끈, 시민들을 거리에서 고문하는 등 공포에 의한 통치 방식을 재차 꺼내 든 것이다.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는 군부는 인터넷 차단과 방화까지 일삼으며 미얀마를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23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양곤 정부군과 사복경찰은 지난 13일 인갈론 마을의 60세 미만 성인 남성 82명을 사원 앞 대로변에 모았다. 선전포고 직후 살해된 친군부 정보원 암살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는 명목이었다. 군경은 "범인이 누군지, 정보원 사건에 대해 아는대로 말하라"고 다그치면서, 남성들을 엎드리게 한 뒤 대나무와 플라스틱 몽둥이, 밧줄 등으로 구타했다. 많은 시민들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음에도, 폭력에 취한 군경의 가혹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40대 남성 한 명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으며, 나머지 인원들도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군경은 공포에 떠는 시민들을 향해 "자수하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마을로 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우리는 군사정권"이라며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너희들을 죽일 수 있다"고 다그쳤다. 한 차례 공포가 휩쓴 후, 가해세력의 실체가 공개됐다. 양곤에서 군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는 지하반군 소속 통합민주군(UDF)이 "우리가 정보원을 죽였다"고 뒤늦게 밝힌 것이다.


지난 19일 미얀마 정부군의 방화로 전소된 친주 탄틀랑 마을 민가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지난 19일 미얀마 정부군의 방화로 전소된 친주 탄틀랑 마을 민가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군부의 만행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예외없이 향하고 있다. 타닌타리 정부군은 지난 17일 "야간에 이동했다"는 이유로 16세 청소년을 거리에서 사살했다. 만달레이 정부군은 7일 민간인 가족 6명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 성인 4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세 유아는 유탄에 맞아 두 손가락이 절단됐다. 친주에서는 교전에서 밀린 정부군이 민가에 방화를 일삼고 있다. 겁에 질린 35개 마을 주민 5,200여 명은 국경을 넘어 인도의 미조람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군의 공포 조장 전략은 정보 통제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군부는 시민저항군과 소수민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의 연합 공격이 한창인 사가잉주의 인터넷망을 지난 14일 끊었다. 현지 소식통은 "사가잉주를 시작으로, 마궤ㆍ친주 등 주요 교전 지역의 인터넷망이 모두 불안해지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한 무장세력의 결집을 막기 위해 군의 대응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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