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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되겠다?’… 스가 총리, 고노 배후에서 아베 겨누는 이유는

입력
2021.09.23 18:20
수정
2021.09.23 18: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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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고노 총리·스가 관방장관 조합도 가능"

지난해 9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당시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당시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1년 전 취임 당시 ‘아베 내각 계승’을 내세웠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29일)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을 지원하며 배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겨누고 있다. 도쿄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연임을 지지했던 아베 총리가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등을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가 총리는 23일 방미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고노 장관을 지지한다고 거듭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담당을 맡았던 고노 장관의 접종 실적을 내세우며 “미국의 접종률을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내각에서 백신 담당과 규제개혁 담당 장관을 겸임하며 인장(도장) 폐지와 백신 접종을 치러낸 고노를 통해 개혁의 성과를 계승시키려는 모습이다.

앞서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17일 고노 장관 지지를 밝힌 후 측근들을 관저로 불러 자신의 의중을 전파하고 있다. 고노 장관은 아베가 적으로 간주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손을 잡고 있다. 아베 2차 내각 당시 관방장관으로 호흡을 맞췄고, 1년간 아베 정권의 정책을 따라온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에게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막을 올린 가운데 선거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같은 날 도쿄에서 선거 운동 출범을 알리는 온라인 행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막을 올린 가운데 선거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같은 날 도쿄에서 선거 운동 출범을 알리는 온라인 행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스가 연임 지지' 하다 변심... 결정적 순간에 등 돌려

일본 언론은 스가 총리의 변심은 아베 전 총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버렸다고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5월까지만 해도 총리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나, 도쿄올림픽 강행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런 발언이 사라졌다. 그러다 8월 초 갑자기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이 월간지와 인터뷰하며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아베가 용인한 것”이란 설이 유력하게 돌았다. 아베는 이미 ‘포스트 스가’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겉으로만 스가를 지지했을 뿐 애초 ‘1년짜리 총리’로 생각했고, 지지율이 하락하면 자신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구상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다 7월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 재조사가 결정되자 출마가 불가능해졌고, 대신 자신의 ‘아바타’를 ‘포스트 스가’로 내세우기로 방향을 틀었다는 추측이다.

1차적으론 역사인식이나 외교안보 관점이 같은 다카이치를 지원하고, 결선 투표에선 자신의 호소다파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지지로 몰아가 ‘킹메이커’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아베의 숙원이었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교체를 의미하는 ‘자민당 임원 3년 임기’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8월 23일 가장 먼저 총재 출사표를 던졌다.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일(패전일)인 지난달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일(패전일)인 지난달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고노 내세워 아베의 '킹메이커' 구상 깨려는 것"

당시는 하루 확진자가 2만5,000명이나 쏟아지던 때로, 스가 총리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궁지에 몰린 스가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을 반전 카드로 쓴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베 전 총리는 직접 반대 의견을 밝혀 하룻밤 만에 뒤집게 했다. 이어 고노 장관을 요직에 등용하는 자민당 임원 인사안도 고노 장관이 소속된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가 반대해 좌절됐다.

스가 총리가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한 동기는 자신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고노 장관을 띄워 아베의 ‘킹메이커’ 구상을 깨는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불출마 선언 직전 긴박했던 4일간 스가 총리는 최측근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을 네 차례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키이치나 기시다로 ‘킹메이커’를 노리는 아베에 대항, 고노를 통해 자신이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잡지 주간포스트는 “스가는 총리로선 패배했지만 관방장관으로는 실적이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총선에서 대패한 아소 전 총리를 부총리로 입각시켰듯, ‘고노 총리·스가 관방장관’의 조합도 없다고 할 순 없다”는 전 각료의 말을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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