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4인 가구 1,050원 더' 8년 만에 오른 전기요금, 이제 시작인가

입력
2021.09.23 20:30
19면
구독

한국전력, 4분기 전기요금 조정
3분기 ㎾h당 -3원에서 4분기 0원으로

2021년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 23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21년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 23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와 한국전력이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될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인상한다.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정부는 그간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 값이 꾸준히 오른 상황 속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지속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하지만 한전 적자 폭이 커질 게 불 보듯 뻔한 데다, 올해부터 실시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도 흐려졌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료비 상승과 신재생 에너지 확충에 따른 투자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향후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차원의 충분한 설명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가구 평균 사용량 기준 612원 더 내는 셈”

23일 한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반영될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기존 킬로와트시(㎾h)당 -3원에서 3원 올린 0원으로 조정했다. 발전 연료비 급등 추세와 한전의 실적 및 신뢰도 악화 등이 고려됐다. 한전 관계자는 “4분기 연료비 단가는 석탄, 유가 상승에 따라 ㎾h당 10.8원 급등했으나, 소비자 보호장치 중 하나인 분기별 조정폭(최대 3원)이 작동해 0원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인상이라기보다, 지난해 수준의 요금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오른 전기요금은 10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부터 적용된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가구(1인 가구 포함)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인 204㎾h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가구당 약 612원의 전기요금이 더 부과되는 수준”이라며 “4인 가구 월평균 소비량인 350㎾h를 기준으로는 1,050원 정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4분기 전기요금은 6~8월 연료비를 반영해 결정됐다. 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1톤당 수입 가격은 534.59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70%가량 급등했고 두바이유도 올해 초 60달러대 초반에서 6월 이후엔 70달러대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상승세다.

2021년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

2021년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


더 올려야 한다는데… 인플레 부담 딜레마

이처럼 국제유가는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멈춰 서면서 한전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한전은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1,9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망까지 어둡다. 올해 하반기를 포함해 내년까지도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 조세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연료비 상승분에 따른 부담을 한전에만 떠넘길 순 없다고 판단,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한전이 계산한 연료비 조정단가와는 차이가 크다. 한전에 따르면 4분기 전기요금에선 변동연료비(66.35원/㎏)와 변환계수(0.1634/㎾h)를 곱한 실제 연료비 조정단가는 10.8원으로 전분기(-3원)보다 13.8원 올려야 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로 분기별 요금을 ㎾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최대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어, 상승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영업비용이나 투자·보수비용 등을 반영한 총괄원가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연 1회 조정되는 총괄원가가 오를 경우 분기별 인상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싼 전기 왜 써야 하나...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적정한 가격 형성과 한전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선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나 학계 시각이지만 정부 생각은 다르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이미 꿈틀댄 물가 상승에 불을 지피는 격인 데다, 자칫 내년 대선 표심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고민해야 될 처지여서다.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면 물가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 내리거나 동결하면 한전의 실적만 악화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전기요금 인상 배경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화석연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구입비도 계속 늘고 있어 한전 부담은 한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비싸더라도 유기농 채소를 사는 이유처럼, 비싼 전기(재생에너지) 소비가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력생산 정책을 점진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