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카불시 여성 공무원에 출근 금지령 “집에 있어라”

입력
2021.09.20 11:53
여성부 폐지·도덕경찰 부활 등 공포정치 현실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3일 총을 든 탈레반 대원 앞에서 여성 시위대가 교육과 취업 등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과도 정부를 세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번엔 여성 공무원들에게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여성의 취업·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조치가 잇따르면서 공포정치 부활 우려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신임 시장 함둘라 노마니는 “탈레반은 여성이 당분간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공무원들에게 자택 대기를 지시했다. 다만 남성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여성 공무원은 이번 조치에서 예외로 한다면서 그 예시로 여성 화장실 등에서 일하는 인력 등을 거론했다.

노마니 시장은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여성 공무원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며 “월급은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불시 지방 공무원 3,000명 중 여성은 3분의 1가량으로 알려졌다.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20년 전 통치기(1996∼2001년) 때와는 다른 통치 기조를 수 차례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반대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탈레반 고위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며 여성 고용 제한 방침을 밝혔다.

이달 초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에선 남녀를 분리해 수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중등학교의 경우 남학생만 등교를 허용했다. 또 경기 도중 여성의 얼굴과 몸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도 금지했다.

나아가 탈레반은 전 정부의 여성부를 폐지하고,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과거 통치기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음악과 TV 등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던 강압 통치의 일선에 섰던 기관이다.

탈레반은 인권 존중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7일 헤라트에선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카불에서도 탈레반 대원에게 맞아 여러 명이 부상했다. 19일에도 여성부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참가자는 “여성부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며 “여성 퇴출은 인간 퇴출을 의미한다”고 BBC에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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