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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천대유 대표 "권순일 박영수 대주주 친분으로 영입… 이재명과 관련 없어"

입력
2021.09.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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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 법조계 고위직 영입 왜
실질적 자문 따른 합당한 급여 제공
"언급된 인사들 이외에 고문 더 있어"
"불법 로비 하려면 공식 자리 줬겠나"
대주주, 이 지사와 개인적 친분 없어?
"팩트체크 해달라… 속 보여줄 수 없어 답답"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치권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대해 제기하는 각종 의혹의 종착지는 결국 이재명 경기지사다. 민간 사업자가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지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다.

화천대유가 법조계 고위직 출신을 영입하고 그 자녀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던 점도 성남시를 향한 로비 목적 아니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모씨가 사업 공고 7개월 전 이재명 지사를 인터뷰한 사실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성문(54) 화천대유 대표는 법조계 고위인사를 통한 정치권 로비 의혹이나 부정 청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주주인 김씨가 개인적 친분으로 영입해 법률 자문을 부탁하고 정당한 급여를 지급했다"며 "부동산 폭등 여파로 예기치 않게 얻게 된 회사 수익마저 정치권 로비의 결과물로 비쳐지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수사를 통해 정관계 로비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장담컨대 수사해도 화천대유와 정치인·공무원간 부정 거래는 없는 것으로 100%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보도들과 주장으로 민간 회사가 정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인터뷰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화천대유 대주주는 대학 선배인 김씨지만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경영은 2015년 회사설립 때부터 전적으로 내 몫이었고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김씨 권유로 화천대유 대표를 맡았다.

한국일보는 이성문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그간 화천대유 쪽 입장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어 이 대표 입장을 가급적 그대로 싣기로 했다. 화천대유의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특혜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한 19일 보도에 이어, 20일에는 법조계 유력 인사 영입으로 제기된 로비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전한다. 이성문 대표 주장을 검증하는 보도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한 보도는 추후 기사화할 예정이다.

"친분으로 모인 인사들일 뿐 유착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증을 수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증을 수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현재까지 화천대유에서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했던 드러난 법조계 인사는 3명이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이재명 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했을 때 12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같은 해 10월 은퇴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특검 임명 전까지 1년간 이 회사 고문을 맡았다.

정치인들 이름도 오르내린다. 현재까지 드러난 건 모두 야권 인사들이다.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 7월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수감 중인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은 6년 동안 화천대유에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지사 측은 이를 근거로 대장동 개발사업이 '이재명 게이트'가 아닌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한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지검장은 부동산·금융 분야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영입한 이유가 뭔가.

"법조기자로 오래 활동했던 대주주 김씨와의 인연 때문이다. 김씨가 법조기자로 출입할 때부터 이들과 인연이 오래됐다. 친분이 없었다면 이렇게 유명한 분들을 어떻게 영입할 수 있었겠나. 순전히 개인적인 친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이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성남의뜰과 관련한 실질적인 법률 자문을 많이 해주셨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자산관리를 맡고 있던 화천대유가 사업 시행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권 전 대법관님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목 있는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기로 하면서 모시게 된 것이다. (※주민들이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면서 성남시가 성남의뜰에 이행 계획 수립을 지시하자 1,000억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된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내가 권 전 대법관 서초동 사무실에도 4번 정도 갔다.

강찬우 전 지검장도 당장 형사고소 사건 관련해 자문 받은 기억이 있다. 실질적인 법률자문을 해주셨다. 2015년 여름에 합류해서 국정농단 특검 임명 전까지 화천대유에 계셨던 박영수 전 특검은 과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한 적이 있어서 금융권 사정에 밝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금 조달) 관련해 은행권과 관공서 문화, 그쪽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조언해주셨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화천대유 사무실로 출근하셨다.

이 분들이 일을 열심히 한 건 우리 직원들도 잘 알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법률 자문이나 고문을 두는 건 부동산 업계에서 통상적이다."

-법조계 출신이 아닌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도 고문을 맡았다.

"원 전 대표는 대주주 김씨의 고등학교 선배다. 여의도에 오래 계셨고 여러 사람들을 상대한 경험이 많아서 김씨가 원 전 대표로부터 사업 진행에 있어 사람 관계에 대한 여러 자문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이들에게 급여로 얼마를 지급한 건가.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은 사회적 크레딧(지위)을 감안해 한 달에 약 1,500만 원 정도, 연봉으로 2억 원 정도 드렸고 강 전 지검장은 매달 수백만 원으로 기억한다. 원 전 대표 급여는 월 1,000만 원 정도 됐을 거다. 다들 그에 상응하는 업무를 하셨다. 일 안하고 월급 받고 그랬던 게 아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강찬우 전 지검장은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인연이 있다. 박영수 전 특검도 여권 인사와 친분이 깊은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화천대유가 사업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 인맥을 활용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 지사의 혐의는 이미 1·2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힌 건 '친형 강제입원' 사건이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장동 사업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분이 유죄를 무죄로 만들고, 무죄를 유죄로 만들었다는 것인가. 권 전 대법관은 이번 논란으로 지난 17일 고문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하셨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달 23일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거듭 말하지만, 권 전 대법관 포함해서 다른 분들도 순전히 대주주와의 친분 때문에 온 것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 참석해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 참석해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씨가 친분 때문에 고문직을 제안했더라도, 이재명 지사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거절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관계 로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뉘앙스 같은데, 속을 보여줄 수 없어 정말 답답하다. 권 전 대법관과 대주주 김씨가 친분이 없는데도 이재명 지사가 무죄가 났다면, 보은성 영입이라는 논리가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다. 만약 영입한 분들을 통해 청탁이나 로비를 하려고 했다면 공식적인 고문 자리를 줄 게 아니라 몰래 뒷돈을 주지 않았겠나. 마침 자문이 필요한 시점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을 모신 것뿐이다.

언론에 언급된 골프 사진도 그렇다. 친분 있는 사이에 1년에 두 세 번 골프 안 치나. 그것을 '골프 회동'이라고 표현하는데 말도 안 된다. (※2019년 경기 용인시 태광CC 홈페이지에 이성문 대표와 김씨가 강 전 지검장과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가 삭제된 바 있다)"

-고문이나 자문을 맡은 인사는 4명이 전부인가.

"다른 분들도 있다. 대체로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고 대주주 김씨와 서초동에서 오랜 친분을 맺은 분들이다."

-이 자리에서 누군지 밝힐 수 있나. 추후 언론 보도를 통해 어차피 공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그건 어렵다. 그분들 동의 없이 이름을 밝히거나 할 수는 없다.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그건 그때 문제다."

-법조계 인사 자녀들이 화천대유에 몸담게 된 것도 논란이다.

"2016년 8월 박영수 전 특검 딸을 채용했는데, 당시 보상업무가 본격화할 무렵이었다. 마침 박 전 특검이 고문으로 있었고 딸이 과거 인천대교 시행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보상업무를 지원하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봤다. 그렇게 소개를 받았다. 지난달 이 사건과 무관하게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

곽상도 의원도 대주주 김씨와 나의 대학 선배다. 곽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뒀을 때 우리가 직원 채용을 하고 있었고 곽 의원 아들도 졸업한 상태라 뽑게 된 것이다. 곽 의원이 당시 국회의원도 되기 전인데 우리가 그분한테 뭘 기대했겠나.

채용 공고도 냈다. 당시 직원이 나, 전무, 평사원 이렇게 3명뿐으로 사무실도 오픈하기 전이다. (※현재 화천대유 직원은 총 14명이다) 곽 의원 아들이 개발업무와 관련한 경력이 없어서 대리 직책에서 월급 250만 원 정도 받고 일했다. 올해 3월까지 일하고 개인사정으로 퇴사했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 유명인사 자녀는 더 없다. 이재명 지사 아들이 천화동인에 다닌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이미 해소됐다."

"이재명 지사와 인연 있었으면 민간 개발로 갔을 것"

이성문 대표는 인터뷰 내내 화천대유가 법조계 고위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재명 지사와는 관계가 없으며, '대주주 김씨와의 친분으로 모였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김씨가 이재명 지사와 직접 친분 관계에 있다는 의혹도 있다.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가 나오기 7개월 전인 2014년 7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던 김씨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를 인터뷰했다. 정치부나 성남 주재 기자가 아닌 법조 담당기자가 지자체장을 인터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의 이익배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의 이익배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법조기자가 지자체장을 인터뷰하는 일은 흔치 않다. 김씨가 이재명 지사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선 것 아닌가.

"김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원래 본인이 하기로 했던 인터뷰가 아닌데 당시 머니투데이에 성남 주재 기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부득이하게 본인을 대신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씨가 이 지사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 친분이 깊었을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만약 두 사람이 친분이 있었고 돈이 오가는 관계였다면 이 지사가 진즉에 김씨의 대장동 사업을 도와줬을 것이다. 김씨는 대장동이 민간 개발로 추진되던 2012~2014년 이미 8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을 공영 개발로 선회하면서 큰 손해를 본 사람이다. 친분이 있었다면 김씨가 이 지사에게 부탁해서 민간 사업으로 계속 진행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

무엇보다 김씨는 화천대유의 세부적인 경영에는 일체 관여 안 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사무실에 오지 않았다. 경영은 내가 주도했으며, 나도 이 지사와는 모르는 사이다."

-현직 기자가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영리 사업을 주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직업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것은 도덕적 측면에서의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논란이 된 이후 이재명 지사나 캠프 쪽에서 화천대유에 접촉한 적은 없나. 이 지사 쪽에서 화천대유 내부 사정이 궁금할 수도 있을텐데.

"우리는 애초부터 그쪽과 모르는 사이라서 문의 받은 적이 없다. 김씨도 직접적으로 그쪽 인사와 아는 사람이 없다."

-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해소하려면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맺은 사업 계약서를 공개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성남시의회에서도 수년째 공개를 요구했는데.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계획서를 공개하면 여야 정쟁에 우리가 끌려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등에서 위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제출하라고 하면 공개할 것이다. 정치권에선 지엽적인 문제를 빌미 삼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팩트체크 없이 화천대유가 부도덕하게 사업을 해서 엄청난 수익을 벌었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땅 집고 헤엄치기식' 사업이란 비판도 하는데, 우리가 모든 사업 리스크를 떠안고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이나 정치인과 결탁했거나 부정 행위 한 것은 하나도 없다. 수사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최다원 기자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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