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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기업 퇴사율이 쿠팡보다 더 높다?"... 쿠팡의 황당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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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배송'을 내세워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의 간판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은 '100% 직고용'을 언제나 또 다른 자랑거리로 앞세웠다. 경쟁사들과 달리 자사는 직고용으로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충분한 복지 제공 업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었을 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귀해진 일자리 등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직고용을 하고 있다지만, 물류센터 노동자의 70% 이상은 일용직이고, 배송 노동자의 70%도 1년짜리 계약직이다. 복지 혜택은 제공하지만,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구조다. 사실은 월별 고용보험 취득자와 상실자, 피보험자 수 등의 통계에서 확인된다. 월별로 5년 평균을 따져보니, 매월 쿠팡에선 100명이 취업하면 76명이 퇴사했다. 이에 대해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취득자, 상실자 수를 비교해 퇴사율로 계산하는 것은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말이 좋아 직고용이지, 뽑는 족족 퇴사하는 일자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다룬 내용은 지난 16일 '100% 직고용이라더니... 쿠팡 평균 퇴사율은 76%'란 본보의 단독 기사로 게재됐다.
그런데 하루 뒤 복수의 언론사를 통해 반박 기사가 나왔다. 고용보험이 아닌 국민연금 취득자와 상실자 통계를 비교하면서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500대 기업의 퇴사율이 더 높다고 했다. ‘통계 오류’이자 ‘입맛대로 계산된 퇴사율’이란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국민연금은 고용보험과 다르다. 퇴직해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 퇴사율을 판단하기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500대 대기업 사례는 6개월 치 통계여서 새로 입사하고 나가는 근로자 추이나 비율을 계산하기 적절한 데이터가 아니다. 정년퇴직자 수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단 얘기다.
게다가 2019년 5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대비 상실자 비율, 즉 퇴사율은 35.5%였다. 같은해 쿠팡 주식회사는 71.37%, 쿠팡 풀필먼트는 117.4%였다. 1년치 통계만 봐도 대기업에 비해 쿠팡의 퇴사율은 최소 2배 이상 높다.
사실 국민연금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런 지적을 반박하고 싶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정확한 퇴사율을 공개하면 된다. 그리고 물류센터와 배송 기사들의 입사 대비 정규직 전환율과 근속자 비율을 공개하면 모든 논란은 사라진다.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만난 일용직 A씨는 일하는 속도가 느려 다음 날 '출확(출근 확정)' 통보를 못 받을 것 같다고 전전긍긍했다. 쿠팡은 A씨에게 “그래도 당신을 직고용하지 않았나”라고 말할 수 있나. 쿠팡에선 계약직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1년도 아닌 3개월, 6개월 단위로 연장 통보를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직고용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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