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토론 데뷔... 洪·劉 집중 견제에도 '진검 승부' 피했다

입력
2021.09.16 21:00
1면
구독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부터), 안상수, 원희룡, 최재형,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부터), 안상수, 원희룡, 최재형,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수를 궤멸시키는 데 앞장섰는데, 당에 들어올 때 사과하는 게 맞지 않나" (홍준표 의원)

"6개월 전에 대통령 결심을 한 분이 대통령감이 된다고 생각하나" (유승민 전 의원)

16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서 TV토론에 데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쏟아진 질문들이다. 윤 전 총장은 베테랑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집중 견제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약점 노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대선 출마 이후 불거졌던 것처럼 말실수로 공세 빌미를 제공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의혹을 속 시원하게 해명하거나 정연한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이상 가나다순) 후보 8명은 이날 오후 TV조선에서 중계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경선 버스에 오른 후 공개 토론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에 쏠린 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 후보를 달리는 윤 전 총장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26년간 검사 생활을 한 '정치 신인'으로서 경쟁주자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론 능력이 약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 집중 표적이 된 윤 전 총장은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로 보수 궤멸에 앞장섰다"는 홍 의원의 지적에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다했다"고 했고,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다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 중 시계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 중 시계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 의원이 X파일, 장모 논란 등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고발이 24건으로, 흠이 많다"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임명) 때부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저를 검증했고, 검증을 받아 이 자리에 왔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으로부터 대통령 자질에 대한 지적을 받자, "제가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26년간 검사 생활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며 다소 뻔한 답을 내놨다.

'동석자 의혹' 제기엔 캠프로 책임 넘기기도

최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발뺌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의 정치 공작설을 제기하며 '성명불상자'를 끼워 고발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태경 의원이 "본인 사건(고발 사주 의혹)은 증거가 없다고 버럭하고, 남의 사건(홍준표 캠프 관계자의 동석 의혹)은 증거 없이 고발장을 내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니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두 사람(박 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씨)으로 완결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황교안 후보가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홍준표, 황교안 후보가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 의원이 동석자 의혹 제기와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자, 윤 전 총장은 "캠프 사람들이 어디 가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책임을 피해갔다. 윤 전 총장의 태도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등의 거침 없는 발언으로 야권의 대선주자 후보로 급부상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부자 몸조심'태도...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러한 '부자 몸조심' 태도는 윤 전 총장이 주도권을 가졌을 때도 이어졌다. 그는 본인을 집중 견제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게 단 한 차례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원장, 하태경 의원 등에게만 비전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소상공인을 위해 43조 원의 예산 보상방안을 발표했는데 안 후보는 어떤 방안이 있느냐"는 식이었다.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을 두고 토론하기보다 상대의 생각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토론 초짜', '아마추어' 티를 내긴 했지만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난맥상을 노출했던 행보와 비교하면 오늘 발전한 모습"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름 대답도 잘 했고, 여유롭게 웃는 모습도 보였다”며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우위를 가리기 어려웠다"고 했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 의원 등의 추격 속에 다음 달 8일 2차 컷오프까지 5차례 남은 토론회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로만 일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영하 기자
박재연 기자
김세인 인턴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