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상속세 없애겠다"... 우클릭이 '캠프 내분' 씨앗 됐나

입력
2021.09.16 15:20
수정
2021.09.16 15:41
구독

지지율 하락에 캠프 전격 해체·우향우 행보
김영우 "사회 약자 위한 행보 조언했는데..."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부산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부산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상속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다. 정치 선언 후 예상과 달리 "이념적으로 우측에 기울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도, 대선캠프 해체 후 오히려 '우클릭 행보'를 가속화한 셈이다. 강경 보수층을 겨냥한 최 전 원장의 행보가 대선캠프 해체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여의도 사무실에서 비전 발표회를 열고 "질문받기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겠다"며 "상속세 폐지를 공약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밤 대선캠프 해체를 전격 선언한 뒤 첫 일정에서 내놓은 공약이다.

상속세 폐지 공약을 내세운 이유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과 가업 경영 지속성을 들었다. 그는 "상속세는 평생 열심히 일한 돈으로 집 한 채, 차 한 대를 갖고 살다가 후대에 남겨주고 싶은 일반 국민이 부딪혀야만 하는 과제이자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자식들이 부모의 가업을 잇는 것을 정말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12개 국 이상이라며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를 재설계하면 공정과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부의 대물림이 사회문제가 되는 가운데 지나치게 우클릭한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 등을 계기로 상속세율 인하 주장은 있었으나 폐지하자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이어온 최 전 원장이 반등의 기회를 찾기 위해 우향우 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존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회견에 앞서 페이스북에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제가 제동을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여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재형 후보님께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보에 치중하시라고 마지막 조언을 드렸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대선캠프 해체 후 최 전 원장의 새로운 진용에는 합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 대선캠프 관계자는 "외부 자문그룹에서 제안해 최 전 원장이 받아들인 공약"이라며 "대선캠프 해체 전 내부 인사들 간 관계가 서먹해진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하태경 의원은 "이러다 대형사고 칠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하다"며 "최 후보는 새로운 정치 안 해도 좋으니 캠프를 도로 만드시라"고 꼬집었다.

손영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