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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두테르테 정조준...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조사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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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필리핀 정부가 3년간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반인도주의 범죄 조사에 착수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당선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찰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혐의자를 사살하라고 공개 명령한 바 있다. 이후 마약단속 작전에서 6,0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앞서 공식 집계됐다.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의 결정과 관계없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CC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2011년 11월 1일부터 2019년 3월 16일까지 필리핀 영토에서의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파투 벤수다 전 ICC 검사장은 지난 5, 6월에 걸쳐 필리핀의 상황이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 국제적인 중대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로마규정’ 위반 혐의로 수사 개시를 요청했다.
ICC는 “벤수다 전 검사장의 조사 승인 요청을 검토한 결과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필리핀에서 자행된 살인에 대해 조사할 합당한 근거를 찾았고, 필리핀의 살인은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ICC는 ‘마약과의 전쟁’이란 명분 아래 이뤄진 필리핀의 살인 행위는 적법한 법 집행으로 볼 수 없으며 단순한 과잉 행동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이 국가 정책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ICC의 조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ICC는 필리핀이 가입한 2011년 11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다바오에서 발생한 살인들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1998년, 2001~2010년, 2013~2016년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했다. 2010~2013년에는 부시장으로 있었고, 1998~2001년에는 다바오를 지역구로 하는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2016년 자신이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오토바이로 시내를 순찰하면서 개인적으로 마약 용의자를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측은 ICC의 조사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 법률고문은 16일 “ICC 수사관들이 조사를 위해 필리핀에 입국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가 자신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잇따라 주장해 왔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벤수다 전 검사장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ICC가 ‘마약과의 전쟁’ 관련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2019년 3월 ICC를 탈퇴했다.
반면 인권 단체들은 ICC의 결정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매우 필요한 점검”이라고 환영했다. 카를로스 콘데 휴먼라이트워치(HRW) 연구원은 “피해자 가족 및 생존자들은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마침내 정의에 직면할 수 있기를 희망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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