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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과 절연” 거듭 약속… 미·EU는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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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새 정부를 수립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테러 단체와의 관계 단절’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테러 조직이 아프간 영토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의사를 또다시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사회에서는 여전히 탈레반의 이런 약속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미 정보당국자들은 9·11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가 ‘탈레반 치하 아프간’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 앞으로 1~2년 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소속인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과도정부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누구든, 어떤 그룹이든 다른 나라에 대항해 우리 영토를 이용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탈레반이 미국과 맺은 협정에는 “알카에다 등 무장 테러조직들과 관계를 끊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협정을 지킬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탈레반 측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점령 이후 수차례 밝혔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달 7일 과도정부 내각 명단 발표 이후에는 처음이다. AP통신은 무타키 장관 발언에 대해 “(새로 들어선) 탈레반 정부 구성원이 (미국과의) 협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탈레반이 ‘선언’ 이상의 구체적 행동을 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간 내 은신처를 제공받았던 알카에다의 재기 모색 움직임이 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게 대표적이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이날 “알카에다가 향후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최소 능력을 갖추는 데 1~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비영리단체인 정보국가안보동맹(INSA)과 미군통신전자협회(AFCEA)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베리어 국장은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현 상황을 평가하면 그렇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동의했다. 코언 부국장은 “미 정보기관들은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었던 테러조직(알카에다)이 재기를 위해 아프간에서 재기를 위한 활동을 하는 모습들을 이미 목격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 이들이 알카에다와 유대 또는 밀월 관계를 여전히 맺고 있다는 게 정보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서방이 탈레반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연합(EU) 외교부문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탈레반과의 외교 관계 유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렐 대표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사관을 폐쇄하고 재개할 계획도 없는 EU 회원국들과 달리, 우리는 대표부가 있다. 안전 조건 충족 시 영상회의보다 더 가까운 방식으로 아프간 정부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렐 대표는 ‘탈레반과의 협력 불가피’론도 펼쳤다. 그는 “우리가 (아프간 상황에) 영향을 행사할 기회를 갖기 위해선 탈레반과의 협력 외엔 대안이 없다”며 “협력은 대화와 협의, 그리고 가능한 사안들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은 EU가 탈레반을 상대로 ‘실용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보렐 대표는 EU가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도 “대화를 통해 얻는 게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미국·EU 등 서방 국가들과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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