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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1일 격리' 방역대책도 델타 변이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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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코로나 제로(0)’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엄격한 봉쇄 조치로 확산을 꽁꽁 틀어막았지만,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가 높은 방역 담장을 넘어 재확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1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친 사람의 감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무조건 ‘막고 조이는’ 방역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CNN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는 전날 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10일 이후 나흘간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35명으로 늘었는데, 상당수가 푸톈시(市)에서 나왔다. 유치원생 8명과 초등학생 28명을 비롯, 전체의 63%(85명)가 이 지역 주민이다.
당국은 이번 확산의 ‘최초 감염자’로 한 달 전쯤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30대 남성 ‘린’씨를 지목했다. 지난달 4일 푸젠성 샤먼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14일간 호텔 격리’를 거쳐 고향인 푸톈시 셴유현(縣)의 집중격리 시설에서 7일간 더 머물렀다. 3주 만에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일주일 동안 가정에서 건강 상황을 수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입국 38일 만인 10일, 린씨가 추가 검사에서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으며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21일 격리’ 기간 중 9차례의 코로나19 진단검사 및 한 차례의 혈청검사에선 아무 이상이 없다가,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감염 사실이 밝혀진 건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린씨가 그 사이 아들을 감염시키고 이후 ‘아들의 친구→친구의 가족’ 경로로 바이러스가 조용히 퍼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너무 뒤늦게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린씨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물론 최종 격리 해제 시점과 확진 판정 시점까지 약 2주 공백이 있었던 만큼, 이때 ‘지역 내 감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코로나19 감염은 ‘해외 유입’이라는 걸 전제하고 방역 조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가정이 틀리지 않다면, 잠복기가 3주(21일) 이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존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평균 6일, 델타 변이는 4.4일 정도다. 펑즈융 우한대 중난병원 중환자실 원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 감염자의 잠복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방역망조차 델타 변이에 속절없이 뚫린 탓이다. 지방정부 다수는 해외 입국자에게 ‘14일 지정시설 격리+7일 자가 격리+7일 자가 모니터링’이라는 강도 높은 지침을 적용 중이다. 환자 발생시 주민 이동도 제한한다. 단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환이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두 달 전 장쑤성 난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 전국에 사실상의 봉쇄 조치를 내렸고 이달 초 확산세를 잡았다. 그런데 열흘 만에 또다시 지역 사회 감염 조짐을 마주한 셈이 됐다.
폐쇄적인 감염병 통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쏟아진다. 황옌중 미국외교협회 세계보건선임연구원은 “확진 사례를 다시 ‘0’으로 되돌리는 데 걸리는 재정적, 경제적 고통을 감안하면 현재 접근 방식을 지속하기란 점점 더 힘들 것”이라며 “감염병 상황 장기화는 (정부를 향한) 대중의 지지와 관용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대책을 취하는 나라조차 델타 변이의 도전엔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 준 사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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