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아프간에 1조 원 지원"… 인권존중 약속 촉구

입력
2021.09.14 07:58
수정
2021.09.14 10:51
0면
구독

미국 752억원 등 각국 지원 나서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시장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시장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한국 돈으로 1조 원 이상에 상당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중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 이후, 빈곤과 굶주림이 악화하면서 아프간 사회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다만 지속적 지원을 위해서는 탈레반이 여성과 소수민족 등의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주최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과 독일 등 참가국들은 아프간에 10억 달러(약 1조1,75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유엔과 산하 기관을 통해 6,400만 달러(약 752억 원)를 낼 예정이다. AP통신은 “기존 발표 금액까지 감안할 경우 미국의 지원금은 이번 회계연도에만 3억3,000만 달러(약 3,877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아프간과 이웃 국가에 5억 유로(약 6,918억 원)를, 프랑스는 1억 유로(약 1,383억 원)를 각각 지원한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에서 우선적으로 2,000만 달러(약 235억 원)를 할당한 상태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각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어떻게 통치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기구들의 운영권, 소수 민족과 여성, 소녀들에 대한 처우와 권리를 옹호하겠다는 탈레반의 구두 및 서면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을 봐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런 메시지에 있어 통일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탈레반의 인권 존중 수준에 대해 “새로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우리의 미래 관여를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번 회의를 주재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아프간인 1,100만 명에게 식량 지급 등 생계를 지원하고 340만 명에게 필수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연말까지 6억600만 달러(약 7,120억 원)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오늘날 아프간인 3명 중 한 명은 다음 식사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고, 빈곤율 역시 급증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는 거의 붕괴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극심한 가뭄과 식량 고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이 나라는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해외 원조가 끊긴 데다, 미국의 동결 조치로 탈레반은 100억 달러(약 11조5,900억 원)에 달하는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에도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허경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