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백신 여권’ 도입 철회”... 높은 백신접종률 때문? 거센 반발 탓?

입력
2021.09.13 17: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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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드 자비드(왼쪽) 영국 보건장관이 12일 BBC방송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사지드 자비드(왼쪽) 영국 보건장관이 12일 BBC방송 '앤드루 마 쇼'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이 이달 말부터 나이트클럽이나 대규모 행사장 등을 출입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을 의무화하는 ‘백신 여권’ 제도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높아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관련 업계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1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출연해 “다른 사람들이 한다는 이유로 (정책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며 “백신 여권 계획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에게 증명 서류를 요구하는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가 돌연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일단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16세 이상 인구 중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비율은 80%에 이른다. 이르면 이번 주 12~15세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에 나서고, 일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 공식 승인 및 관련 계획 발표도 눈앞이다. 자비드 장관은 부스터샷에 대해 “(이달 안에) 계획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팬데믹 기간 중 영업장 중단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부여받은 ‘비상 권력’도 곧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안젤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이날 “백신 여권에 대한 정부의 접근은 처음부터 엉터리였다”며 “여름은 혼돈 상태였고, 겨울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주만 해도 나딤 자하위 백신담당정무차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여권 제도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9월 말”이라는 발언을 해 놓고, 이제 와 숟가락 뒤집듯 ‘백지화’를 한 건 너무 즉흥적이라는 비판이다.

오히려 예상 외로 반대 여론이 컸다는 사실이 ‘철회 결정’을 낳았을 공산이 크다. 백신 여권 도입 방침 발표 직후, 나이트클럽 업계는 “차별받고 있다”며 반발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도 “분열적이며 실현 불가능하고 값비싼 조치”라고 혹평했다. 집권 보수당 일부 의원들마저 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잉글랜드와 달리,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선 백신 여권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BBC는 “스코틀랜드는 다음 달부터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나이트클럽 등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일스는 이번 주 중 관련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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