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국제선 재개… 카타르·파키스탄 노선부터 부활

입력
2021.09.11 18:28
수정
2021.09.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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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행 노선 13일부터 운항 재개
9일 카타르로 향했던 항공편도 계속 운항
일부 시민 "공항에 못 들어간다면 죽여달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 깃발이 휘날리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 아프간 국기가 부착된 여객기가 11일 서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 깃발이 휘날리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 아프간 국기가 부착된 여객기가 11일 서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해 본격적 통치에 나선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그동안 잠정 중단 상태였던 수도 카불 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을 카타르 노선부터 재개했다. 다음 주부터는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정기 운항편도 편성되는데, 국제기구 종사자와 언론인 등이 아프간을 벗어나기 위해 탑승 예약을 마쳤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국제항공(PIA) 대변인은 “13일부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카불을 오가는 노선이 부활한다”며 “에어버스 320 여객기가 투입되고, 비행을 위한 기술적 허가를 모두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어 “수요에 따라 서비스는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 인도주의적 구호단체 직원과 언론인 등으로부터 73건의 탑승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타르 수도 도하를 향해 지난 9일 운항을 시작한 항공편도 정기 편성될 예정이다. 카타르 관리는 해당 여객기에 대해 “탈출기가 아닌 정규 운항편”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이튿날인 10일에도 프랑스·독일·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158명을 태우고 도하 공항에 도착했다.

아프간을 손에 넣은 탈레반은 지난달 30일 미군 철수 완료 직후부터 공항 운영 재개 의사를 피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같은 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민항기 운항 재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간인 입출국과 수출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공항을 운영하기 위해선 시설 정비나 교통관제, 물류, 연료 공급 등이 필수적인데, 탈레반은 이를 위한 외국군의 카불 공항 주둔에 대해선 ‘절대 불가’라며 선을 그었다. 독자적으로 공항을 운영할 능력이 부족한 탈레반은 결국 이슬람권 국가인 터키와 카타르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달 1일 두 나라의 기술팀이 도착해 공항 운영 재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은 “카타르와 터키에서 온 기술팀,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회사의 기술진이 모든 비행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단 카불 공항 운영 재개를 환영했다. 미국의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특사는 이날 트위터에 “수십 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최근 사흘간 250명이 넘는 외국인이 카타르항공 여객기로 카불을 떠났다. 이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타르의 도움에 감사하고, 탈레반의 (출국) 협력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 탈레반 등과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의 효력이 현재로선 외국인이나 서방국 협력자 등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선 운항 재개 소식에 일부 카불 시민들도 공항으로 몰려들었으나 상당수가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이날 탈레반 병사들에게 “들여보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외치는 아프간인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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