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남침, 정권보위처"... 공수처 '고발 사주' 강제수사에 국민의힘 격앙

입력
2021.09.10 18:55
수정
2021.09.10 21:50
2면

윤석열 "공수처 중립성 상실, 입건하라"
김웅 "불법수사 김진욱 처장 사퇴해야"
의원실, 수사 저지·강행 놓고 종일 대치
당, 압수수색 관계자 고발 등 강경 대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개시하자 김 의원과 동료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개시하자 김 의원과 동료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겨냥해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공수처가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의혹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실을 기습 압수수색하자 당과 캠프 가릴 것 없이 단단히 화가 났다. 윤 전 총장 측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의힘도 “정권 보위처” “괴물 공수처” 등 거친 용어를 써가며 공수처의 전방위 강제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했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치공작의 피해자인 윤 후보를 공수처가 피의자로 만드는 것을 보고 국민은 어이없어 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만큼 김진욱 공수처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이날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면접을 마친 뒤 취재진이 공수처의 입건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역시 이날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기다렸다는 듯 (고발)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입건한 공수처의 행태는 정치공작의 뻔한 패턴”이라며 “(공수처) 이름을 정권 보위처로 바꾸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쯤 공수처가 김 의원실을 압수수색할 때부터 국민의힘은 격앙돼 있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6명이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 의원실에 들이닥치자마자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이 몰려들었고, 의원실에서는 종일 고성과 대치가 이어졌다.

이들은 김 의원의 허락을 받았다는 공수처 측 설명에 10여분 간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봤지만,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곧바로 “뭐하는 거야, 이게” 등 고성과 막말이 내부에서 새어 나왔다.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압수수색은 1시간여 만에 일시 중단됐다. 낮 12시가 지나 연락을 받고 김 의원이 도착하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김 의원은 “내가 언제 (압수수색을) 허락했느냐”고 언성을 높여 한때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11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강행하려는 공수처 관계자들과 의원들이 팽팽히 맞서다가, 오후 9시쯤 최종 중단됐다.

당 지도부는 공수처를 맹공했다. 이준석 대표는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적법하지 않은 대상물에 압수수색을 개시한, 매우 잘못된 처사”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여당이 제기한 문제에는 전광석화처럼 ‘기습남침’한다”고 힐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범죄성립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과잉수사”라며 공수처의 강제수사를 ‘정치쇼’로 깎아내렸다. 김 의원 역시 “당사자 동의 없이 진행된 불법수사”라면서 김 공수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절차상 하자를 들어 이날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수처 관계자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불법압수수색죄로 고발할 계획이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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