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타고 싶으면 돈 내" 순번 빌미로 룸살롱까지 요구하는 노조

입력
2021.09.13 11:00
<1>타워크레인 노조의 '채용 갑질'
노조원엔 취업 알선 대가 현금·술값 요구
비노조원엔 조종 묵인 대가 금품 갈취
하청업체가 주는 월례비도 착복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타워크레인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노조는 조합원 채용을 거부당하면 사소한 안전 부주의를 빌미로 무더기 산안법 고발을 이어가고 대규모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한다. 공사를 중단시킬 목적으로 타워크레인을 무단 점거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멈춰 있는 모습. 홍인기 기자

‘OO현장 타격’ ‘동시 타격’

타워크레인 기사 노조들은 건설 현장을 급습할 때 이 같은 과격한 용어들을 즐겨 사용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외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공사 현장을 멈춰 세우지만, 실상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노조원이 채용되면 시위를 멈추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타워 노조 세 싸움에 비노조원 노조 가입도 치열

특히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민노)의 규모가 커지고,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한노 연합노련)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한노 타워분과)가 잇따라 등장해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자기 노조원 채용을 관철시키려는 노조 간 투쟁방식도 거칠어졌다.

노조 간 투쟁만 격화된 게 아니다. 각 노조가 세를 불리며 조직의 힘으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에게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조의 울타리를 필요로 하는 비노조원들의 노조 가입도 ‘바늘구멍’같이 치열해졌다.

수차례 노조 가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타워크레인 기사가 아닌 공장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유모(43)씨는 “노조 관계자와 연이 닿지 않고선 가입 자체를 할 수 없고 일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규 조합원 취업 알선 대가로 금품 수수까지...약속한 금액 미달시 욕설 난무

건설 현장에선 노조 간부들이 취업 알선 명목으로 신규 조합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요구하는 불법 행태도 판을 치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각 노조가 확보한 기사 숫자에 비해 이용 가능한 타워크레인 장비가 한정돼 있는 탓에 노조원들이 순번에 따라 대기기간을 갖는 게 자신들만의 원칙이다. 일부 간부들이 이 순번을 앞당겨주겠다며 돈을 받은 것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민노 강원지회장 출신 민모(61)씨와 강원지회 원주분회장이었던 김모(58)씨의 공갈 혐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신규 조합원이었던 박모(47)씨와 이모(46)씨를 상대로 근무 투입 전 1년간 가져야 할 대기 기간을 면제해주겠다며 2014~2015년 3,500만 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노조지부 명의도 아닌 개인계좌로 돈을 받으면서도, 매달 약속했던 금액이 입금되지 않으면 박씨와 이씨를 겁박하기도 했다. ‘너 이XX야, 너 왜 돈을 내지 않고 있냐’ ‘취업시켜 줬는데 왜 돈을 내지 않고 있냐’ ‘그 돈 못 낼 것 같으면 조합을 탈퇴하라’며 윽박질렀고,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할 것처럼 말하며 돈을 받아냈다.

타워크레인 투입 순번까지 좌지우지했던 노조 간부의 영향력은 술값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2014년 11월 민씨는 박씨에게 전화해 ‘강원지회 간부들과 술을 마셨는데, 190만 원 정도 나온 술값을 대신 내달라’며 박씨를 겁박해 개인 계좌로 2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민씨는 3개월 뒤에도 같은 수법으로 박씨에게 230만 원을 갈취했다. 박씨는 “전화로 돈을 요구할 뿐 아니라 근무지였던 영월까지 찾아와 룸살롱 접대를 요구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타워크레인 노조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노조 소속 아닌 비노조원까지 노조에 금품, 술값 상납

노조 간부의 금품 갈취 대상에는 비노조원도 포함됐다. 경남 진해 공사현장에서 기사로 근무했던 임모(45)씨는 2014년 민노에서 비노조원의 타워크레인 조종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룸살롱비 △노조 체육대회 △노조 대기실 물품비 등으로 1년 동안 1,000만 원 정도를 민노 간부에게 갈취당했다. 임씨와 같은 처지인 비노조원 최모(41)씨 역시 "과거보다 노조의 금품 요구가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에도 비노조원이 타워크레인 타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 대가로 노조 측에서 매달 50만 원 정도 상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 투입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월례비' 일부가 노조에 상납되기도 한다. 월례비란 기초·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 하도급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매달 지급하는 '비공식 수고비'로 지역별로 250만~5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임씨는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 월례비가 500만 원이었는데, 노조원들이 건설사 하청업체를 상대로 비노조원에게 300만 원만 지급하고 차액은 노조에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타워크레인 기사가 월례비를 받는 관행을 두고, 허위 회계처리가 이뤄지고 소득세 탈루 등 불법적 결과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4일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 전일호)는 "월례비 지급은 도급사나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합리적 이유 없이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측면이 있어 근절돼야 할 관행으로 보인다”며 월례비를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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