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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탈탈... 줄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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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고, 일회용 컵도 거절하는 당신. 자연보호에 한몫했다며 뿌듯해하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미세플라스틱의 온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에스테르ㆍ나일론ㆍ아크릴 등, 플라스틱을 가공한 합성섬유는 우리가 입는 의류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 옷을 입고 빨수록 섬유가 마모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 2017년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해양 유입 미세플라스틱의 35%는 미세섬유, 즉 옷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었다.
천연섬유 옷을 입는 해결책이 있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 오늘날 합성섬유 아닌 옷을 찾기 힘든데다 천연섬유 의류는 더 비싸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연섬유라고 해서 무조건 환경에 이롭진 않다. 동식물을 길러 얻는 천연섬유 특성상 상당한 수질ㆍ토양 오염이 불가피하다.
결국 합성섬유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탁방법을 조금만 바꾼다면, 옷 선택에 좀 더 신중해진다면 바다로 가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2016년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의 연구진은 4인 가족 1회 빨래량과 비슷한 6㎏의 의류를 빨래한 뒤 재질별로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합성섬유인 아크릴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72만8,789개, 폴리에스테르에서 나온 양은 49만6,030개였다. 반면 폴리에스테르를 면과 혼방한 의류의 경우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13만7,951개로 줄었다. 같은 합성섬유라도 천연섬유가 섞이면 플라스틱 배출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합성섬유 옷 중에서도 플리스나 인조모피는 피해야 한다. 플리스는 가볍고 따뜻한 게 특징인데, 이를 위해 섬유 조직을 성기게 가공한 탓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배출된다. 합성섬유를 얇게 가공해 동물의 털을 모방한 인조모피도 마찬가지다. 동물복지를 강조하며 ‘에코 퍼’라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셈이다.
원단의 손상을 막는 방법으로 세탁을 하면 미세플라스틱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급적 낮은 온도의 물로, 짧은 시간 세탁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통돌이 세탁기보다 옷을 더 부드럽게 세탁하는 드럼세탁기를 쓰는 게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옷을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2월 한양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탁물의 중량이 클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감소했다. 세탁물이 적을수록 옷에 가해지는 마찰이 세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탁을 마친 옷은 가급적 자연 건조를 해야 한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세탁기보다 약 3.5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뜨거운 열로 오랜 시간 옷을 건조하기 때문이다.
세탁이나 건조 후 남은 섬유 찌꺼기는 물에 흘려 보내지 말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필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에는 관련 제품이 많이 출시돼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판매되는 세탁기에는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해 마련했다. 의류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한 첫 규제 사례다.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가득한 해산물을 만나고 싶지 않다면, 이 같은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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