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약한 규제 ②백신 접종 확대...'코로나와 공존' 택한 국가들이 사는 법

입력
2021.09.12 09:00
수정
2021.09.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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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영국, 이스라엘 사례 분석]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종식 불가" 판단
'약한 규제'는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 확대
'방역 완화 후 확진자 급증' 선례에도
덴마크 등 '위드 코로나'로 속속 전환

서울시 전역의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던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옥외 카페의 모습. 현재는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마스크가 어색한 이들이 많았다. 마스크 없는 일상, 돌아올 수 있을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 전역의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던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옥외 카페의 모습. 현재는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마스크가 어색한 이들이 많았다. 마스크 없는 일상, 돌아올 수 있을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20개월을 넘기면서 '위드 코로나'가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고령층 90% 접종, 성인 전체 80% 백신 접종'을 위드 코로나 전환 기준으로 제시했고요. 청와대는 10월 말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마친다고 보고, 11월 초·중순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엔데믹(endemic)으로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엔데믹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일컫습니다. 즉, 우리 사회의 목표를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닌 '관리'로 이전하겠다는 겁니다.

관리의 방법은 국가마다 제각각입니다. 영국처럼 마스크를 벗은 국가가 있는가 하면, 싱가포르처럼 상황에 따라 집합금지를 일시적으로 재도입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추가적인 또는 주기적인 백신 접종을 권고(또는 고려)하는 것은 이들 나라의 공통점입니다.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치명률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위드 코로나를 '일상으로의 회복'이라고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을 보면 미래의 일상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일상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면 우리가 맞게 될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은 어떤 모습일까요. 가늠자가 될 만한 싱가포르, 영국, 이스라엘의 사례를 정리해 봤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한 꿈

델타 변이 바이러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델타 변이 바이러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거듭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들 국가가 봉쇄가 아닌 공존을 선택하는 계기가 됩니다.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봉쇄(락다운) 출구 전략'를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은 영국입니다. 2월 22일(현지시간) 4단계에 걸친 봉쇄 완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인데요. 당시 영국은 접종 완료자가 전국민의 0.95%에 불과했습니다. 일일 확진자는 한 달 전(6만여 명)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1만여 명에 달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쇄가 끼친 피해가 더 크다는 게 당시 영국 정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5월 31일 리셴룽 총리가 대국민 연설에서 '뉴노멀'을 언급한 데 이어 6월 30일 구체화된 '뉴노멀' 플랜을 발표합니다. "신규 확진자 수를 집계하기보다는 추세를 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며 "매년 수십만 명이 입원하고, 수만 명이 죽지만 예방 조치나 예방 접종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격리나 봉쇄 정책을 버리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다만 싱가포르의 결정에는 영국과 달리 '높은 백신 접종률'에 따른 자신감이 배어 있었습니다. 7월 8일 기준 인구의 약 4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였죠. 당시 8월 9일까지 인구 3분의 2(약 66%)가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신규 확진은 못 막아도 위중증 환자 컨트롤은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싱가포르 5인까지 취식 가능, 영국은 마스크 착용 '권고'만

싱가포르 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봉쇄 조치를 2단계로 변경한 6월 21일, 시민들이 한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싱가포르 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봉쇄 조치를 2단계로 변경한 6월 21일, 시민들이 한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싱가포르는 7월 12일부터 기존 방역 조치를 완화합니다. 식당 내 취식 가능 인원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렸고, 사전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250명까지 결혼식 참석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습니다. 방역 조치의 완전한 해제는 아니었습니다.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한 7월 19일 런던 패링던의 한 댄스홀에서 젊은이들이 이곳의 재개장을 환호하며 춤추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한 7월 19일 런던 패링던의 한 댄스홀에서 젊은이들이 이곳의 재개장을 환호하며 춤추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그로부터 일주일 뒤(7월 19일) 영국도 이른바 '자유의 날'을 맞이합니다. 영국은 앞서 발표한 4단계 로드맵에 따라 3월 8일 모든 학교의 등교를 시작으로(1단계), 실내외 집합금지를 서서히 풀다가(2~3단계), 그날 모임 제한 조치 및 나이트클럽을 포함한 실내 업소의 영업 제한을 해제(4단계)합니다.

지하철처럼 밀집된 장소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의무로 두진 않았습니다. 사실상 방역 조치의 완전한 해제와 다름없었습니다.

여전히 하루 4만~5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때라 방역 해제가 '도박'이라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성인의 87.9%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68.5%가 접종을 완료하면서 입원이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줄었다며 봉쇄해제를 밀어붙였습니다.


이스라엘, 확진자 급증에도 사실상 '위드 코로나' 전환

이스라엘의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한 것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다.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의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한 것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다. 월드오미터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뉴노멀'을 선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6월 15일부터 실내 공공장소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는데요. 당시 일일 확진자 수는 10~20명대를 유지했습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56.8%(1차 접종 비율은 60.5%)였고요. 확진자 '0'의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에서 팬데믹 이전으로의 복귀를 시도한 셈입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입니다. 방역 조치 완화 이후 한 달 만에 신규 확진자가 하루 700명대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했는데도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완화한 건데요.

확진자는 급증했지만 높은 접종률 덕분에 중증 환자나 사망자 수가 크게 늘지 않자 '약한 억제(soft suppression)'로 상황을 조절하기로 한 것입니다. 7월 13일 기준 이스라엘이 적용한 방역 조치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입국자 및 밀접접촉자의 격리 및 검사가 전부였습니다.

위드 코로나라도... '약한 억제'는 지속

영국 정부는 최근 제기된 '10월 봉쇄설'에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국 교육부 트위터 계정 캡처

영국 정부는 최근 제기된 '10월 봉쇄설'에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국 교육부 트위터 계정 캡처

싱가포르도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유동적으로 약한 억제 정책을 시행합니다. 방역 규제를 완화한 지 열흘 뒤인 7월 22일부터 모임 허용 인원을 2명으로 다시 줄이고 식당 취식을 금지합니다. 주롱항 수산시장과 가라오케발 집단 감염이 확산한 탓인데요. 다시 안정세를 회복하자 8월 10일 다시 5명까지 외식을 가능하도록 완화합니다.

영국도 아직까지는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이 '10월 봉쇄설'을 제기했지만 정부가 강력 부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영국 교육부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정부의 봉쇄 계획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 총리실 대변인도 보도를 부인하며 "그런 조치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감당하지 못할 압박이 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도입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신과 함께 가는 '위드 코로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보건소에서 관계자가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보건소에서 관계자가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싱가포르, 영국, 이스라엘의 위드 코로나 전략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입니다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접종률을 계속해서 높이는 한편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시행 또는 고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백신은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이면서 지속가능한 요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이스라엘이 대표적입니다. 이스라엘은 올해 7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세계 최초로 3차 접종을 시작했고, 지난달 말 그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현재 인구의 26%(930만 명 중 250만 명)가 3차 접종을 완료했고요.

부스터샷은 시간이 지날수록 접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한 건데요. 지난달 '화이자는 2차 접종 후 한 달 뒤 88%, 5, 6개월 뒤 74%로 접종 효과가 떨어지고, 아스트라제네카(AZ)는 한 달 뒤 77%, 4, 5개월 후 67%로 떨어졌다'(영국 조이 코로나19 연구)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4차 접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방역 최고 책임자인 살만 자르카는 4일 "바이러스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을 생각하면 4차 접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합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현재 노년층 등 면역 취약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싱가포르도 7일 60세 이상 노년층 외 성인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이 접종의 대상을 12세 이상 전체 연령대로 확대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같은 달 20일 예루살렘에서 한 여성이 부스터샷을 맞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모습.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이 접종의 대상을 12세 이상 전체 연령대로 확대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같은 달 20일 예루살렘에서 한 여성이 부스터샷을 맞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모습.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모든 국민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반대 여론도 존재합니다. 전 세계 백신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과 더불어 임상적으로는 부스터샷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파스칼 소리오 AZ 최고경영자는 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해 "추가접종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필요하지 않은 추가 접종을 위해 NHS를 동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부담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2~15세의 접종도 논쟁적입니다. 성인 접종률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진 10대 청소년의 접종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세 국가 중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허용하고 있지만, 영국은 내부 반발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3일 건강한 청소년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위험이 매우 낮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이 미미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기조 확산 속... 뉴질랜드는 '확진자 0'과의 전쟁 중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3일 수도 웰링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대응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17일 자정부터 시행한 봉쇄령을 최소 2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웰링턴=AP 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3일 수도 웰링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대응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17일 자정부터 시행한 봉쇄령을 최소 2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웰링턴=AP 연합뉴스

'가 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침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방역 완화 이후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른 고민이 가장 큰데요. 앞선 나라들이 각국에 맞는 방법을 찾고 있듯, 한국도 상황에 맞는 최선의 길을 모색해야겠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택하는 나라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덴마크가 이달부터 방역 규제를 완화했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곧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신규 확진자 '0'를 목표로 거꾸로 가는 나라도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뉴질랜드는 한동안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모든 학교, 사무실, 기업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를 두고 '고립된 디스토피아'(텔레그래프), '신비한 사회주의 은둔국가'(타임스)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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