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웃고 안철수 울었던 '의원직 사퇴' 카드, 이번엔 통할까

입력
2021.09.10 09:00
이낙연 2014년 지방선거 이어 두 번째 승부수
'원팀 정신 우려' 지도부 만류에도 결기 고수

국회의원 배지. 배우한 기자

'의원직 사퇴'는 더 큰 꿈을 품은 국회의원들이 퇴로를 스스로 차단해 유권자들에게 진정성과 절실함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첫 순회경선 지역인 충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기선을 제압당하자, 8일 의원직 사퇴 카드를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전례를 비추어볼 때 기대 효과는 반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공 사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직 사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2년 11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8대 대선 후보 등록 당일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며 의원직(비례대표)을 내려놨다. 반면 경쟁상대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역구(부산 사상)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결국 대선 승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2년 14대 대선 직전 의원직을 사퇴한 뒤 당시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회창·안철수, 사퇴 카드에도 낙선

대선을 앞둔 '의원직 사퇴' 카드가 매번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 앞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포기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잇단 고배를 마셨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제 모든 것을 바쳐서 꼭 우리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의원직(서울 노원병)을 내려놨다. 18대 대선에서 의원직을 유지했던 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과 차별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안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17년 4월 27일 경북 경주역 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주=서재훈 기자


두 번째 '사퇴 카드'... 이낙연의 승부수

이 전 대표의 배지 반납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의원직(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당 지도부의 만류로 지사 당선까지 의원직을 유지했으나, 의원직 사퇴 선언 없이 당내 경선을 치렀던 주승용 후보(전남 여수을)와 대비됐다.

이번 사퇴 발표는 이 전 대표의 사실상 두 번째 승부수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현직 지사 프리미엄' 논란에도 "도민들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와 대비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이미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이 지사와의 격차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민주당의 한 호남 의원은 "민주당의 주요 텃밭인 호남권에 어느 정도 울림은 줄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은 이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라는 결기보다 이 전 대표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호남 당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회 회기 중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표결로 가능한데,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이후 원팀 정신을 해칠 수 있다"며 사퇴를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서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서울 종로)가 가진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과 경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9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짐을 빼고 보좌진 면직 절차를 밟는 등 사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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