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미니스트" 퇴임 앞둔 메르켈 獨총리의 선언

입력
2021.09.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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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삶 전반에 대한 참여의 의미에서?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는 게 페미니즘"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가 8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한 간담회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뒤셀도르프=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가 8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한 간담회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뒤셀도르프=AP 연합뉴스


“나는 페미니스트다.”

2005년 11월부터 독일을 이끌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이 같이 스스로를 표현했다. 총리직에 오른 이후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껴 온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 정계 은퇴 직전 내놓은 ‘페미니스트 선언’이다.

메르켈 총리는 8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한 간담회 도중 페미니즘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회와 삶 전반에 대한 참여의 의미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메르켈 총리가 더 솔직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여성경제정상회의(Women20)에서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에 그가 즉답을 피한 채 얼버무렸던 일화와 비교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도 이날 “(2017년 당시) 나는 지금보다 좀 더 수줍었다”고 인정했다. DW는 이 말이 끝나자 청중들로부터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지난 수십년간의 독일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만약 패널 토론이 전부 남자들로만 이뤄졌다면, 20년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무언가 빠진 게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페미니스트 작가인 나이지리아 출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와 현직 기자인 미리암 메켈, 레아 스타이나커 기자도 함께 참석했다.

이달 26일 총선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정계도 은퇴할 예정인 메르켈 총리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기로 결심했다”며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며 겪었던 부담을 모두 내려놓고 ‘자연인의 생활’을 즐길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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