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맞선 中과 우방국들, 아프간을 품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9.09 14:45
구독

[中 주도 SCO 정상회의, 아프간은 옵서버]
①아프간 SCO 의존도↑, 회원국 격상 갈망
②中 개입 지렛대 확보, 다자기구 위험 분산
③"아프간 함정에 빠질라" 과도정부에 신중

8일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카피사주에서 탈레반 병사들이 투항한 아프간 민병대를 감시하고 있다. 카피사=AP 뉴시스

8일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카피사주에서 탈레반 병사들이 투항한 아프간 민병대를 감시하고 있다. 카피사=AP 뉴시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17일 열린다. 아프가니스탄은 SCO에 옵서버로 참여하면서 회원국 자격을 요구해왔다.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에 절호의 기회다. 다만 아프간과의 관계 개선에 섣불리 속도를 냈다간 미국이 그러했듯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어 중국은 손익을 저울질하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표정이다.

①아프간 ”버팀목이 필요해”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최후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주를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8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판지시르=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최후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주를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8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판지시르=AP 연합뉴스


아프간은 SCO에 가입한 중국,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나머지 SCO 회원국인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는 역사적,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2017~18년 기준, 아프간 전체 수출의 87%를 이들 SCO 8개 회원국이 차지했다. 수입은 57%에 달한다. SCO 국가들에 산재된 150개 민족 가운데 30개가 아프간에 거주하고 있다. SCO와 뗄 수 없는 사이다.

특히 아프간 새 정부가 사회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SCO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떠난 상황에서 SCO는 국제사회의 거의 유일한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아프간은 2012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SCO 옵서버가 됐다. 이후 2015년부터 매년 회원국으로 지위를 높이기 위해 SCO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안정을 도와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2017년부터 아프간과 워킹그룹을 가동해왔다.

②中 ”지렛대가 필요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1990년대 말 아프간 내전으로 테러와 마약 밀매가 기승을 부리자 그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2001년 SCO를 창설했다. 테러주의, 극단주의, 분리주의는 SCO가 규정한 ‘3대 악’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아프간 주변 5개국과 화상회의를 갖고 “탈레반이 수립한 새 정부는 과도기여서 아프간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테러세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SCO 정식 가입은 이 같은 중국의 불안감을 낮추는데 긴요하다. 다자기구를 통해 여러 회원국과 위험을 분담하는 만큼 중국이 독자적으로 아프간 정세에 관여했다가 미국처럼 책임을 뒤집어쓸 우려도 적다. 이에 중국은 3백만 회분의 코로나 백신과 2억 위안(약 360억 원) 상당의 식량, 의약품 등을 아프간에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물량 공세로 기선을 잡았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아프간에 SCO 정회원 자격을 주는 건 지역 안정을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③"함정에 빠질라", 中 몸 사리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대원이 8일 비어 있는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앞을 경비하고 있다. 콘크리트 담에 탈레반을 상징하는 깃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대원이 8일 비어 있는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앞을 경비하고 있다. 콘크리트 담에 탈레반을 상징하는 깃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이 아프간의 손을 덥석 잡기는 여의치 않다. 아프간 새 정부에 등용된 탈레반 인사들 상당수가 유엔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환구시보는 9일 “중국이 아프간의 함정에 빠지는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줄곧 ‘내정 불간섭’을 외치며 아프간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판광 상하이사회과학원 대테러ㆍ아프간 연구 전문가는 “중국은 아프간의 과도정부를 즉각 인정하지 않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경제활동과 인적 교류 분야에서 탈레반과 접촉면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이 과도기적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한 SCO 회원국이 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엄격한 자격심사 절차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2017년에서야 SCO 회원국이 됐다. 주융뱌오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내전이나 주권이 불안한 상태로는 SCO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며 “먼저 아프간의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