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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채용 강요는 저가 수주가 낳은 '부메랑'… 원청 건설사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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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가 판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노조의 부당한 압박이 꼽히지만,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도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질적인 저가 수주로 수입이 줄어든 임대업체들이 직고용 기사들을 외주화했고, 비정규직이 된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세력을 키우기 위해 노조로 몰려가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에 노조 관련 업무를 모두 떠넘긴 원청 건설사의 책임도 거론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3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대여 계약 적정성 심사를 통해 저가 입찰 관행 차단에 나섰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건설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0여 개 임대업체 모임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의 한상길 이사장도 "낮은 가격으로 건설사에서 일감을 수주하는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임대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에 장비를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는 20년째 그대로인데,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그럼에도 적정 임대료의 60% 이하 가격으로 수주에 나서는 곳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저가 수주가 지속되면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기사 직고용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에게 지급할 인건비 보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대업체 소속 기사들이 생존 차원에서 회사를 떠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손길에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15년 넘게 임대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노조는 단체의 힘으로 매년 임금을 올리지만 직고용 기사들은 제대로 임금을 올려주기 어렵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노조원 기사에게는 비노조원보다 두 배 많은 월급을 주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비노조원들이 계속 노조로 빠져 나가는 이면엔, 직고용 기사 처우에 신경을 많이 못 쓴 임대업체 잘못도 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저가 수주 굴레를 스스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돈줄을 쥐고 있는 원청 건설사에 임대업체는 철저하게 '을'이기 때문이다. 원청에서 요구하는 임대업체의 핵심 역할은 노조 관리로,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일감이 날아간다. 임대업계 상위 20% 내에 속한다는 대형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일보가 타워크레인을 50대 이상 운영 중인 중견 임대업체로부터 대기업 건설사 3곳과 각각 맺은 계약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노조 관련 조항은 ‘문제 생기면 무조건 임대업체 탓’으로 요약됐다. 노조 파업 시 발생하는 건설사 손해는 임대업체가 부담하도록 했고, 파업 기간 동안의 임대료는 건설사에서 받지 못하도록 했다.
만약 임대업체가 건설사에서 요구한 ‘노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건설사가 주는 일감은 차츰 줄어들고 종국엔 ‘0’이 된다. 비즈니스 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60대 정도를 운영하는 수도권의 한 임대업체 대표는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입찰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 때, 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업체들은 아예 부르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건설사가 설명회를 10차례 할 경우 마음에 안 드는 업체는 계속 안 부르다가 네 번째 설명회에 부르는 식이다. 그리고 점점 횟수를 줄여나간다"고 말했다. 대놓고 내치진 않지만, 점점 도태시켜 결국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건설사 마음에 들게 노조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임대업체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건설사 현장 관계자가 작년 말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관계자에게 쏟아낸 통화녹음 파일에는 임대업체가 겪는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노조가 와서 계속 사고 치고 있어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임대업체가 해달라는 것 웬만하면 다 해드리잖아요! 그런데 지금 뭡니까. 사진 찍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요?
특정 노동단체가 자신들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았다며 건설사를 괴롭히자, 임대업체에 빨리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임대업체는 50대 건설사에 속하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와 장비 투입 계약을 체결하고 타워크레인을 공급했다. 계약서에는 ‘노조 문제는 모두 임대업체 책임’이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건설사는 계약 내용에 근거해 임대업체를 압박한 것이지만, 임대업체 입장에선 강요된 계약에 따른 ‘갑질의 일부분’이라고 항변했다. 건설사 압박과 노조 횡포에 시달리자, 임대업체 대표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임대업체 측은 “특정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건설 현장이 10곳이라면 하루에 이런 전화 10통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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