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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내리막을 타면 집값은 떨어진다

입력
2021.09.10 00:00
수정
2021.09.13 17:17
27면
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 수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 수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를 올린 이유를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목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2%를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4월부터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섰고, 연간으로도 목표치를 웃돌 전망이다. 부채 특히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집값 등 자산 가격은 내재가치를 넘어서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인가? 필자가 2021년 2분기 현재 국내총생산(GDP)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적정 금리를 추정해보면 2% 정도이다. 0.75%의 기준금리는 아직도 낮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금리 인상이 금융불균형 해소, 특히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아파트 가격 중심으로 집값 결정 요인을 분석해보면, 자체의 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즉, 아파트 가격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상당 기간 추세를 형성하며 상승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모형(벡터자기회귀모델)에 따르면 6개월 후까지는 아파트 가격 자체가 가격 변동의 90% 정도를 설명했다.

이 외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주가, 대출금리, 대출금액, 경기 등이다. 주가가 오르면 가계의 부가 늘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아파트 가격도 상승한다. 코스피가 1년 후 아파트 가격 변동을 7% 정도 설명했다. 가계 대출금액이 늘거나 금리가 낮아지면 아파트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금리의 아파트 가격 설명력은 6개월 후 4%, 1년 후 5%로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 변동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경기이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이다. 이 지표가 1년 후 아파트 가격 변동의 14%를 설명해주었고, 2년 후에는 설명력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에 이르렀다. 경기가 좋아야 가계소득이 늘어 집을 사고, 빌린 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0년 5월에 저점을 기록한 후, 올해 7월까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경기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는가에 있다. 통계청의 선행지수순환변동치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선행지수 정점이 경기 정점에 비해서 1~8개월 선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9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승했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7월에는 하락했다.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7개 지표 가운데 기계류내수출하지수 등 5개가 감소한 결과였다.

나머지 두 개 구성지표인 코스피도 7월 이후 떨어졌고 장·단기금리차도 축소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 순환국면에서 선행지수가 6월에 정점이었을 확률이 높다. 머지않아 현재의 경기 상태를 알려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떨어질 전망이다. 이 지표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역사를 보면 자산 가격은 연착륙보다는 경착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오를 때는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했다. 2010년 전후 ‘역전세’라는 단어가 유행했을 때가 집값 경착륙의 대표적 예이다. 자산 가격은 순환한다. 금리가 아니라 경기가 그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경기순환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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