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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동·치료제 아직 모르는데…괜히 말 꺼냈나 '위드 코로나'

입력
2021.09.09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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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서울 중구 명동의 음식점 밀집 골목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서울 중구 명동의 음식점 밀집 골목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0월 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을 위한 실무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반면, 그간 여러 영업제한 조치에 고생한 자영업자들의 방역 거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똑떨어지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보이지 않는 등 여러 제약 요건 또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괜히 위드 코로나 말 꺼냈다가 방역만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드 코로나의 득과 실을 면밀히 살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체계 전환 시점에 대해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들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까지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10월 중 집중적 백신 접종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11월부터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11월 적용을 대비한 실무 논의도 시작했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현재 중수본, 방대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례 등을 조사하면서 위드 코로나 개념을 정립 중"이라며 "위드 코로나 개념이 한두마디 용어로 정리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코로나19 대응 전략 혹은 방역 전략을 뜻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0월 말쯤이면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방역 폐기'로 인식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손영래 반장은 이날도 "위드 코로나라는 개념이 거리두기를 급격하게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면 그렇게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백신 접종 효과, 위드 코로나 조치가 끼칠 영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①확진자 1000명대라도 전환 가능?

방역당국은 확진자 규모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확진자 중심에서 치명률이나 위중증 중심으로 방역의 초점을 옮긴다 해서 확진자 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률을 믿고 방역을 해제했던 국가들의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라는 얘기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050명에 달했다. 여전히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을뿐더러, 수도권에서만 1,47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도권 최다 확진자 수다. 여기다 추석이 끼어 있어서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이동량이 늘 수밖에 없다. 추석 연휴 여파가 10월까지 이어질 경우, 위드 코로나 전환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②사망자 증가 어느 정도 수용 가능?

이는 아무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사망자 수 증가를 감내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하루라도 빨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은,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계속 치명률이 하락하고 있으니 이제 '계절독감' 수준으로 대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적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미 너무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진 해외에서야 어느 정도의 사망자 수 증가를 감내한다 해도,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손영래 반장은 "현재 계절 독감으로 연간 한 2,000∼4,000명 정도 숨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지난 18개월 동안 사망자 수준이 2,300명"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위중증에다 사망자까지 불어나는 걸 받아들이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③‘단계적’ 시행 자영업자 설득은?

그렇다고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등을 감내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온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들에 대해 "11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 해도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이날만 해도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 "백신 1차접종 완료자도 백신 인센티브를 달라"며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차량 시위를 벌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예방접종률이 높지만 방역 완화를 단계적으로 하지 않은 영국, 미국, 이스라엘에서 '위드 코로나' 이후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일상생활과 연관이 깊은 분야만 단계적으로 서서히 완화해야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위드 코로나 말만 꺼냈다가 11월 가서는 그게 아니라고 설명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④여전히 불확실한 치료제 확보는?

전문가들이 꼽는 '위드 코로나'의 조건 중 하나는 괜찮은 치료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 완화로 중증 환자가 생겼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치료제 구입을 위한 예산 168억 원을 일단 책정해둔 상태다. 어디의 무슨 치료제든 미국 정부 등에서 승인만 나면 일단 구매해오기 위해 마련해둔 예산이다. 방역당국은 필요하다면 예산을 얼마든지 더 늘려서 더 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손에 딱 잡히는 치료제가 없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미국 제약사 머크 정도가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내년에나 생산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당장 올겨울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셈이 된다. 위드 코로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셈이다.

김청환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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