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퇴근' 경비원 볼 수 있을까?... 서울시, 경비원 근무체제 변화 시동

입력
2021.09.08 18: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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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경비원 근무형태 컨설팅 시작 예정

지난 7월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서 한 경비원이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서 한 경비원이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뉴스1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는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휴식하는 '격일교대제' 방식으로 4년째 근무 중이다. 근로계약서상, 점심과 저녁시간을 포함해 하루 총 6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보장돼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대부분 아파트 경비원들은 김씨처럼 '격일 교대제' 근무 방식으로 근무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경비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시동을 걸었다. 시는 8일 "이달부터 시내 40개 공동주택 단지를 선정한 뒤, 경비원 근무교대제 개편 컨설팅을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경비원 근무형태 변화 시도다. 시는 크게 3가지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24시간 격일 교대근무를 유지하되, 퇴근하고 일부만 남아 야간에 근무하는 '퇴근형 격일제' △일반 회사처럼 출퇴근을 하되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해 하는 '야근 당직제' △청소와 택배관리 전담 인원을 별도로 두는 '경비원·관리원 구분제' 등이다. 시 관계자는 "일단 3가지 모델을 생각하고 있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더 나은 모델이 있으면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달까지 시범사업단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컨설팅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선정된 단지에는 공인노무사가 방문해, 경비원과 입주민, 관리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대면 상담과 인식조사, 사업설명회를 우선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단지별 규모와 경비원 수, 자동화 수준, 관리방식 등을 반영해 최종 개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내 49개 아파트단지와 체결한 상생협약의 후속 성격이다. 협약을 통해 오 시장은 공동주택 경비원들의 고용 안정과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한 장기근속 정착 지원을 약속했다. 한영희 시 노동·공정·상생 정책관은 "공동주택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 해소와 건강권 보호는 물론 입주민들의 관리비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이번 컨설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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