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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다음은 카카오?... 與 플랫폼 ‘공룡’ 정조준

입력
2021.09.08 18: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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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겠다"
국회에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 대거 발의
네이버·카카오 주가 급락... 12.6조원 증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의 칼끝이 이번에는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을 향하고 있다. 이들이 모바일 메신저(카카오), 인터넷 검색(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사업 영역 확장으로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내 '플랫폼 공룡'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그는 최근 애플·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통행세'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을 거론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소비자, 입점업체에 큰 부담인 약 20%에 달하는 플랫폼 수수료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 송갑석·이동주 의원은 전날 참여연대 등과 함께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를 열었다.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의 분야까지 진출하며 골목 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진입해 무료 서비스로 경쟁자를 제친 후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식이다. 실제 카카오택시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후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송 의원은 토론회에서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겐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탐욕과 구태'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74명이 속한 을지로위원회도 전날부터 나흘간 '플랫폼 경제, 을(乙)과의 연속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물류·유통(쿠팡), 교통(카카오 모빌리티), 숙박(야놀자) 등 분야별 플랫폼 기업 종사자 등을 초청해 갑질 사례를 듣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간담회 첫날인 7일에는 입점 업체들의 저가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쿠팡의 '아이템위너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별로 플랫폼 기업이 할당됐다"며 "국정감사 때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입법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시장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시장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도 현재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대거 발의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면 위반 금액의 2배까지 과징금(최대 10억 원)을 물리는 게 골자다. 다만 규제 관할권을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8개월째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정 모두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관할권 교통정리만 되면 정기국회 처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규제 예고 후 네이버·카카오의 주가는 동반 하락하면서 하루 만에 12조6,466억 원이 증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일 대비 10.06% 하락한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네이버도 7.87% 떨어진 40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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