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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두루뭉술 화법으로 빠져나갈 궁리... 미꾸라지 전략 택해"

입력
2021.09.08 19:00
수정
2021.09.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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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 기자회견 열었으나 의혹만 증폭?
검찰 안팎 "수사 염두에 두고 두루뭉술 해명"
"정치적 이해 고려한 전략적 모호함 택한 듯"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자청한 8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미꾸라지 전략'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사 시절 보였던 논리 정연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전략적 모호함'을 선택한 모습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이미 알려진 언론 인터뷰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의원의 모호한 화법 탓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는지 △윤석열 전 총장이 관여한 바가 있는지 △고발장 작성자는 누군지 등 각종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김 의원이 수사에 대비해 핵심 쟁점에 대해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답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준성 검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당에 넘겼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손 검사와 문자를 나눈 건 기억난다. '대검 안에서 (윤석열) 총장이 외로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너라도 잘 보필하고 힘내라' 이런 격려 문자는 보낸 적이 있다"고 밝힌 대목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손 검사와 일상적인 연락을 나눈 것에 대해선 대화 요지까지 밝힌 반면,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손 검사와의 관계는 부인하지 않으면서, 의혹의 핵심은 안갯속에 남겨두는 전략으로 자신이 빠져나갈 구석이 있는지 따져보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이 "제보자 휴대폰과 손 검사의 PC를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밝혀 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을 막기 위해 벽을 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손 검사와 제보자 사이에 김 의원이 전달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선 김 의원 조사도 불가피하다"며 "그런데도 굳이 제보자 휴대폰과 손 검사 PC만 콕 찍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거리 두기'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호한 말들을 늘어 놓은 게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유승민 캠프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해관계가 작동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김 의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은 대검에서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을 정도로 이론과 법리에 정통했기 때문에 기자회견 때 모습은 매우 어색하게 보인다"며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정무적 판단까지 하려다 보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자회견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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