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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지원’ 다카이치 전 총무장관 출마회견... 과거 히틀러 호평 서적 추천도

입력
2021.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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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현직 시절인 지난 2019년 9월 11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도쿄 관저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총재직에 당선되면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현직 시절인 지난 2019년 9월 11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도쿄 관저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총재직에 당선되면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씨는 보수 중에서도 오른쪽이죠. 요컨대 우익. 우익층을 고노씨로부터 가져온다는 것 같아요.”

일본의 시사평론가 다마가와 도루가 8일 TV아사히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판세를 설명하며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에 대해 한 말이다. 극우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전 장관이 8일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총재선거 출마를 표명한 것은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아직 출마회견을 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물가상승 2% 목표를 제시하고 ‘아베노믹스’ 계승을 표명하는 등 경제살리기 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교육 및 보육 정책 등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다. 언론에 과거의 문제적 언행이 계속 드러나자 미래에 초점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히틀러 선거 전략 배우자" 책에 추천사, 네오나치 단체 대표와 촬영

하지만 이날도 ‘여성 자신’ ‘리테라’ 등 다수 인터넷 매체가 다카이치가 과거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에 추천사를 썼던 점을 주의환기했다. 1994년에 발간된 이 책은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 나치의 선거 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 ‘경찰 수사 전에 증거를 인멸한다’ 같은 전략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를 위해 추천했다. 이 사실이 20년 후인 2014년 보도되자, 다카이치 사무소 측은 “기억이 나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2011년 6월, 네오나치 계열의 ‘국가사회주의 일본노동자당’ 대표와 일본 국기 앞에서 단둘이 사진을 찍은 것도 2014년 보도돼 논란이 됐다. 그는 “불가항력이었다. 그 단체의 사상이나 신조를 알았다면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치와 관련한 그의 언행은 당시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다.

지난해 8월 15일 태평양전쟁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중의원 의원).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5일 태평양전쟁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중의원 의원).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무라야마 담화 '침략전쟁' 표현 부정 등 망언 다수

침략 전쟁을 부정한 사실도 유명하다. 그는 아시아 국가 침략을 사죄한다는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2002년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조사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3년에도 “담화에 ‘침략’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2년 후인 2013년, 가동 중지된 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한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언도 대표적인 망언으로 꼽힌다. 총무장관이던 2016년에는 “국가는 방송국에 전파 정지시킬 수 있다”고 말해 언론 탄압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우익 계열 매체와 잇따라 인터뷰하며 자신의 신념을 밝혀 왔다. 인터넷 매체 리테라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차별발언으로 악명 높은 기업인 DHC 산하 DHC텔레비전에 지난 2일 출연했다. 우익 잡지인 '월간 하나다' 인터뷰에선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며 대동아전쟁 긍정론을 폈다고 리테라는 전했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현 자민당 안보다 예전 초안이 낫다며 “자위대보다 국방군이라 표기하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왼쪽에서 세 번째) 전 일본 총리가 아베 2차 내각 출범을 하루 앞둔 2012년 12월 25일 도쿄 자민당 중앙당사에서 차기 정권을 이끌 각료 및 당 인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노다 세이코 총무회장, 다카무라 마사히코 부총재,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왼쪽에서 세 번째) 전 일본 총리가 아베 2차 내각 출범을 하루 앞둔 2012년 12월 25일 도쿄 자민당 중앙당사에서 차기 정권을 이끌 각료 및 당 인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노다 세이코 총무회장, 다카무라 마사히코 부총재,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의 의중은 기시다? 다카이치? 본심은 "스캔들 재조사 막자"

인터넷에선 그를 지지하는 넷우익들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일반 국민의 지지 없이 우익만으로 총리가 되긴 어렵다. 관건이 되는 아베 전 총리의 의중도 100% 다카이치를 향한 것인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스가 전 총리의 불출마로 여러 후보들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내심 지원할 예정이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당선이 불확실해지자, 국민적 인기가 있는 고노 장관이나 이시바 전 간사장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 않도록 표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카이치를 지원한 것이란 말도 나온다. 결선투표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을 지원한다는 시나리오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확실한 ‘내편’이라고 신임할 수 없어 다카이치를 내세워 견제한다는 추측도 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전 총리가 모리모토 학원 특혜 지원 및 공문서 위조 사건,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 지원 의혹, 가와이 전 법무 장관의 출마 당시 1억5,000만 엔을 자민당이 지원한 경위 등 자신의 임기 동안 명확하게 처리되지 않은 의혹을 차기 총리가 재조사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보고 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7일 모리모토 의혹과 관련 “재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조사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말을 바꾼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 전 장관 지원으로 돌아선 데는 이 발언의 영향이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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