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새 정부 수반에 '경량급' 아쿤드 지명…고위급 인사들 내각 장악

입력
2021.09.08 00:56
수정
2021.09.08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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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내무장관 모두 탈레반 인사로 채워
유력했던 '2인자' 바라다르는 부총리 대행으로
"모두 임시 권한대행일 뿐" 변화 여지 강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7일 수도 카불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7일 수도 카불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각안을 발표했다. 정부 수반으로는 예상보다 '경량급 인사'인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를 지명했고, 나머지 장관급에는 모두 탈레반 고위급 인사들을 임명했다. 앞으로 변화를 염두에 둔 임시정부 형태라는 게 탈레반의 주장이지만 현재로선 거듭 공언했던 '포용적 정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각안을 발표했다. 우선 아쿤드가 총리 대행을 맡고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부총리 대행으로서 하산을 측면 지원하게 된다. 칸다하르 출신인 아쿤드는 이 지역에서 탈레반을 결성한 원년 멤버 30명 중 한 명이다. 유엔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 있다. 지난 20년간 탈레반 최고지도부 회의인 '라바리 슈라'를 이끈 인물로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에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중량감이 다소 약한 아쿤드의 지명과 관련 일각에서는 타협 인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불거진 탈레반 내 권력다툼을 수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3일 내각 발표 및 취임식이 연기되면서 권력투쟁설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총격전이 벌어져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는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이 밖에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팀에 참여했던 모울비 아미르 칸 무타키는 외무장관 대행에 올랐다. 국방장관 대행에는 탈레반 설립자이자 첫 지도자인 고(故)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쿠브가, 내무장관 대행에는 조직 하카니 분파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가 각각 지명됐다. 하카니는 미국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조직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날 "모든 지명은 임시 권한대행 자격"이라며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미긴 하지만 앞으로 정부 구성의 변화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불 시내에서 여성들이 여성 인권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나섰으나 탈레반은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겠다"고만 답할 뿐 내각 구성 논의에 여성이 참여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이날 AP통신은 "국제사회의 요구가 컸던 내각안에 탈레반이 아닌 이들의 흔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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