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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물·사료 안 줘도 죽지 않으면 처벌 어렵다"

입력
2021.09.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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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관련 보고서 발간
동물 사육·관리 의무, 권고에 불과해 실효 낮아
해외에선 최소한 동물 보호·관리 의무화 추세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있게 전달합니다.


몸길이보다 짧은 줄에 개가 묶여 있다. 정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길이의 목줄에 영구적으로 묶어 사육하는 행위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만 현행법상 질병이나 상해를 유발한 인과관계가 인정 되지 않으면 제재가 어렵다. 어웨어 제공

몸길이보다 짧은 줄에 개가 묶여 있다. 정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길이의 목줄에 영구적으로 묶어 사육하는 행위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만 현행법상 질병이나 상해를 유발한 인과관계가 인정 되지 않으면 제재가 어렵다. 어웨어 제공

현행 동물보호법이 일부 동물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을 뿐 동물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물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동물 소유자의 동물 사육·관리 의무가 권고 규정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학대로 처벌하고 있지만 동물이 건강을 유지하고 배고픔을 느끼지 않도록 적정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도록 하는 건 의무가 아니다. 또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질병에 걸리거나 다친 경우 치료하는 등 소유자 의무를 명시한 동물보호법 7조는 '노력하여야 한다'는 수준의 권고 규정에 그칠 뿐 벌칙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판자 등 을 비스듬히 세워놓거나, 벽과 바닥이 뚫린 뜬장 등은 날씨로부터의 보호 등 쉴 곳으로서의 기능 을 하기 어렵다. 어웨어 제공

판자 등 을 비스듬히 세워놓거나, 벽과 바닥이 뚫린 뜬장 등은 날씨로부터의 보호 등 쉴 곳으로서의 기능 을 하기 어렵다. 어웨어 제공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가 금지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상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만 한정적으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어 동물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해당 기준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에게만 적용되고 있는데다 동일한 사육·관리 의무 기준이 생리적, 행동학적 요구가 다른 6종의 동물(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소유자가 경비용, 식용이라고 주장하며 기르는 경우 등 정작 최소한의 복지 기준이 절실이 필요한 동물은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관리 의무 기준 가운데 뒷발로 섰을 때 머리가 닿는 높이 이상 등의 기준은 개를 대상으로 만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라며 "각각의 종 특성에 맞는 환경과 관리 조건을 정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선 최소한의 동물 보호·관리 의무 부과

현행법은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서 길러지는 동물에 대해 상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만 한정적으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웨어 제공

현행법은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서 길러지는 동물에 대해 상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만 한정적으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웨어 제공

반면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는 동물 소유자에게 최소한의 동물 보호?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관리 의무에는 동물 종과 건강 상태에 적합한 먹이, 외부의 위험 요소로부터 몸을 피할 쉴 곳, 수의학적 관리,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기회, 위생 관리 등이 포함된다. 어웨어가 이번에 조사한 7개 국가(독일, 스위스, 영국, 미국, 호주, 싱가포르, 대만) 모두 상해나 질병 유발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자가 동물 관리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독일, 스위스, 미국, 호주는 영구적으로 동물을 묶은 상태로 사육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일시적으로 묶어둘 경우 준수해야 하는 목줄 길이, 시간, 환경 조건 등에 대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33개 주에서 '날씨로부터의 보호'를 관리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데, '영하 0도 이하 또는 32도 이상', '기상경보·주의보 발령 시' 방치해선 안된다는 등 의무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10명 중 9명 "동물에 기본적 관리 제공 의무화해야"

기본적 관리 의무 유형별 법적 의무화에 대한 동의 정도. 어웨어 제공

기본적 관리 의무 유형별 법적 의무화에 대한 동의 정도. 어웨어 제공

동물에 기본적인 환경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가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20~69세 남녀 2,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90.3%)이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동물의 기본적인 관리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87.6%는 '물, 사료 등 동물에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하지 않고 사육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질병 및 상해를 입은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84.1%), '바닥이 망으로 된 뜬장에 사육하는 행위'(82.9%), '동물을 정상적인 움직임이 어려울 정도로 짧은 줄에 묶거나 좁은 공간에 가두어 사육하는 행위'(82.5%), '폭염, 한파 등에 동물을 야외에 방치하는 행위'(81.5%) 등 기본적인 관리를 제공하지 않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데 80%이상의 동의율을 보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 어웨어 제공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 어웨어 제공

어웨어는 △적정한 사육·관리 의무화 및 동물 방임행위 금지 △동물에 대한 소유자의 정기적 관찰·관리 의무화 △혹한·혹서·악천후 시 동물 보호 조치의 근거 마련 △개를 줄에 묶어서 사육할 시 충족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 마련 △반려동물 종별 양육·관리 방법 지침 마련 △동물 등록 및 사육·관리 의무 적용 대상에서 ‘반려 목적’ 단서 삭제 등 총 6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유기나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동물복지를 향상시키기 힘들다"라며 "동물 소유자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관리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은 동물복지의 기본이며, 방치 상태로 기르는 동물이 탈출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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