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패가 국민 탓?" 뼈 때리는 국책연구원의 文정부 정책 비판

입력
2021.09.07 19:00
수정
2021.09.07 19:07
1면
구독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 총서에 날 선 비판
"시장 변화 간과한 채 규제 중심 부동산관 답습"
"실정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순서 잘못됐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책연구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채 기존의 규제와 과세 중심 부동산관을 답습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또 부동산 실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고 지적하면서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런 비판은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협동연구총서에 담겼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여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협력해 작성했다.

보고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 문제에 대한 접근부터 잘못됐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한 정책이었다면, 지금은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공급뿐 아니라 유주택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진단 없이 규제 기조의 정책이념에 따라 조세와 대출 정책의 틀을 바꿨고 공공 주도 공급 정책으로 민간의 공급을 위축시켜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20차례 넘게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느라 정책 수단 간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 부분도 비판했다.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실거주 요건이 오히려 전세 물건을 줄여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임대차 3법'을 도입해 임대차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공공 만능주의'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공공주택 수요 이외에 시장의 주택 수요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시장 균형을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공공지원 대상 가구로 한정해 최소화하고 시장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민간과 함께하지 않고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정책은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공공 부문의 책임론도 강하게 거론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공공이 선도해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겠지만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 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며 "순서가 잘못됐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